‘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러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MBC를 징계해 달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출했다. MBC는 황 전 수석이 반성은커녕 ‘2차 협박’에 나섰다며 반발했다.
황 전 수석은 3일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이른바 ‘회칼 테러 협박’으로 보도된 당시 상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내용을 왜곡한 고의적인 발췌 편집”이라며 MBC 보도에 대한 심의 민원을 방심위에 냈다고 밝혔다.
3월14일 MBC는 황 수석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점심 식사 중 “MBC는 잘 들어”라고 집어 말한 뒤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한 발언을 보도했다. 당시 언론계는 언론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변호사는 황 전 수석이 지난달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사건의 진상을 증언함으로써 진실을 밝혀준 당시 오찬 참석 기자님들께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황 전 수석을 3월 협박 등 혐의로 고발했었다.
황 전 수석 측은 오찬에 참석한 기자 중 3명이 경찰에 제출한 사실확인서가 근거라며 MBC를 지목해 테러 사건을 언급한 건 뒤이어 MBC 내 이른바 ‘왕소금 테러사건’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사건이 “흉기 테러보다 덜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MBC가 전체 맥락을 빼놓은 채 보도했다는 것이다.
황 전 수석 측은 2017년 MBC 언론노조원들이 파업 중 비노조원인 여성 아나운서를 찾아가 꽹과리를 치고 머리에 소금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액운을 쫓는 행사로 특정인에게가 아니라 사옥을 돌며 바닥에 소금을 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기도 2017년이 아니라 2012년으로 기억하고 당시 문제 제기도 없었다”며 “MBC를 공격하려 사실을 왜곡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황 전 수석 측은 또 국방부 조사 결과 테러에 사용된 건 회칼이 아니라 과도였다며 MBC가 일부러 섬뜩한 용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발언 당시 협박 분위기도 아니었고 기자들이 다음 기회에 식사 자리를 또 갖자며 제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MBC 관계자는 “돌연 현 시점에서 자기변명을 하고 나선 배경이 의문”이라며 “설령 수사기관의 조치가 있었다 해도 ‘황상무 사태’의 본질과 진실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박죄가 성립하지는 않더라도 언론을 은연중에 압박한 사태의 본질은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도인지 회칼인지’ 같은 비본질적인 주장으로 책임을 뒤늦게 모면하려 한다‘며 “반성과 자중은커녕 ‘2차 협박’에 나선 황 전 수석의 행태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방심위 규정상 민원인은 방송 이후 6개월 안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사실 왜곡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심의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방심위는 지난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보도를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심의해 법정 최고 제재인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KBS 앵커 출신인 황상무 전 수석은 대통령실에서 물러난 뒤 8월부터 KBS Life의 ‘경제 스포트라이트’ 진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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