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여야 협의에 들어갔다.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야당은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경상비를 대폭 삭감한 안이 그대로 본회의로 넘어갔고, 연합뉴스 정부구독료와 지역중소방송 지원사업 등 증액은 정부와 협상과제로 남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전 추경호 원내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 10여명은 예산안을 본회의에 올려서는 안 된다며 의원총회 뒤 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1월29일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고 역대 처음으로 증액 항목 없이 감액만 의결했다. 정부는 9월 2025년도 예산안으로 677조원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4조원이 깎인 것이다. 국회의 권한인 감액과 달리 증액을 하려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야당은 정부와 협의하다가 법정 의결 시한을 넘길 수 있다며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서둘러 표결했다.
방통위와 방심위 예산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예비 심사안대로 대폭 삭감된 채 예결위를 통과했다. 방통위 예산은 504억여원 중 17억여원이 삭감됐다. 주로 기본경비가 깎였다. 11월22일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원회에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기본경비는 필수 예산으로 경직적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진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을 언급하며 “방통위 관계자분들은 아쉬울 수 있겠지만 이 예산을 삭감한다는 건 당분간 의결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재판소도 6개월 정도에 걸쳐서 심판하기 때문에 내년 초쯤이면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가닥이 잡히고 그때쯤 국회도 5인 체제를 완성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방심위 예산도 경상비를 중심으로 전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36억 9000여만원이 과방위 의견대로 삭감됐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표적심의, 과잉심의 논란을 빚은 방심위도 기능을 멈춰야 한다며 예산을 삭감하는 취지를 여러 차례 설명해 왔다.
언론 관련 예산 증액은 앞으로 정부·여당과 협상 과제로 남았다. 각 상임위에서 넘겨받은 증액 의견을 야당이 예결위에서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다. 특히 지난해 279억원에서 50억원으로 정부가 크게 깎은 연합뉴스 정부 구독료를 원상복구하는 안과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예산을 44억여원에서 217억원으로 늘리려는 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비 30억원 증액안과 정부 예산안에 없었던 TBS eFM 25억원 지원 신설안 등도 예결위에서 본회의로 회부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증액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은 1일 정혜전 대변인을 통해 단독 감액안을 먼저 철회해야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우 의장은 정부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충실히 뒷받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설명이든, 설득이든 필요한 모든 걸 하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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