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정리하는 글을 쓰다 보니 여전히 알고리즘에 관한 논쟁이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작년부터 이루어진 포털 뉴스 편향성 논쟁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포털 뉴스가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실태점검에 이어 사실조사로 전환했다.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네이버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다음 뉴스가 콘텐츠 제휴 언론사만 기본 검색에서 노출되도록 기본값을 변경한 논란도 있었다. 올해 5월에는 검색제휴 언론사가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알고리즘에 관한 논쟁을 보며 드는 생각은 ‘정말 알고리즘이 문제인가?’라는 것이다. 나는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떤 조건에서 알고리즘이 문제가 되는지를 고민해보려 한다.
포털은 인터넷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단일 사이트에 게시하는 서비스이다. 포털은 두 가지 일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는 이용자가 방대한 정보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결정하고, 편리한 디자인을 구성하고, 빠른 속도로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급자로부터 가치를 추출하는 것이다. 편리함을 제공하는 포털에 이용자가 모여들기 시작하면, 대규모 이용자에게 노출되기 원하는 공급자가 포털에 수익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공급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하기 위해 포털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거나 포털의 광고 인벤토리를 구매한다.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과 포털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는 이용자 선택에 대안이 있는지 여부이다. 앱스토어는 이용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필수이며 다른 대안을 만들기 쉽지 않다. 그 자체로 이용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털은 꼭 그렇지 않다. 포털이 없다고 언론사가 사이트를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이용자는 주소를 입력하거나 다른 서비스를 활용해서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다. 알고리즘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지점이다. 오래전부터 알고리즘에 대한 많은 비판이 존재했지만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는 이유는 바로 이용자가 다른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관한 연구를 했을 때도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당시 두 가지 측면에서 과장된 우려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첫째는 유튜브 자체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상업적일 수 있지만) 다양한 영상을 노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이용자가 유튜브 외에도 뉴스를 접하는 경로가 평균 6.8개였다는 사실이다. 알고리즘이 비슷한 영상만을 추천해주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야기를 접하는 이용자에게는 걱정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언제일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없는 독점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강력해서 그 외에는 뉴스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해당 사업자의 알고리즘이 가지는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알고리즘은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 영역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공감받지 못하는 이상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이용자가 떠나는 결과도 사업자의 선택일 수 있다. 실제 5월에 이루어진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의 요지도 이와 같았다.
사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언론사가 지나치게 포털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젊은 층에서 포털 뉴스 이용률은 꽤 낮아졌고, 무엇을 뉴스라고 생각하는지도 기존 세대와 다르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통해 보는 이야기도 뉴스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도 많다. 포털이 뉴스 유통에서 독점적 위치였다면 포털 알고리즘에 대한 논쟁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당장 포털을 통한 유통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는 아닐까. 언론사의 권력은 포털로 넘어갔었지만, 이제는 또다시 다른 곳으로 움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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