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여야 하는가

[언론 다시보기] 전성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전성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데자뷔(deja vu’)란 프랑스어는 “이미 본”이란 뜻으로 처음 경험하는 일인데도 과거에 이미 같은 것을 경험한 것 같은 착각을 일컫는 말이다.


“공영방송 KBS 구성원들이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KBS 양대 노조와 사내 10개 직능단체가 약 5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응답자 3292명 중 88%(2896명)가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가 퇴진의 주된 사유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하락’을 꼽았다.”


얼핏 보면 2024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이 글은 2017년 6월 기자협회보에 게재되었던 <권력의 눈치만 보다 추락한 신뢰…‘국민의 방송’ 돌아올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기사다. 이와 똑같은 일이 2024년 현재에도 ‘데자뷔’처럼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2024년 10월18일자 기자협회보에는 <“용산방송 거부” ... KBS 본관 앞 외침>이란 제목으로 “편성권이라는 이름으로 곤봉을 마구 휘둘렀으면 최소한의 대안이라도 찾아야 하는데, 무능력한 박민 체제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서 “낙하산 박민이야말로 공영방송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폐지’ 됐어야할 대상”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2019년 무렵 KBS와 MBC는 공영방송이란 이름이 무색할 만큼 저널리즘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실시한 언론매체 신뢰도 조사에서 KBS는 3위, MBC는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5년이 흐른 2024년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60주년 특집으로 현직 기자 1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KBS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MBC가 1위를 차지했다. MBC는 2019년부터 3년간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지만, 2022년부터 신뢰도가 상승하여 2024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어째서 같은 기간 동안 KBS는 신뢰도 조사에서 밀려나고, MBC는 상승한 것일까?


그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부터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5인 합의제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를 철저하게 정권의 편의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로 전락시켰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구성된 방통위가 유리하지 않다고 여겼는지 2023년 5월30일 당시 한상혁 위원장을 면직시켰고, 이후 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 후보를 아예 임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1년 사이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으로 위원장이 세 차례나 바뀌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재원인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하는 시행령 개정과 KBS 이사진 개편을 단행했고, 방송에 대해 문외한으로 알려진 박민을 KBS 사장에 임명했다.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통해 MBC 장악을 시도했다. 기존 이사회 임기가 끝난 가운데 방문진 이사 임면권을 지닌 방통위가 권한을 행사했으나,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은 위법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 와중에 KBS 이사회는 박민 사장을 대신해 박장범 앵커를 사장 후보로 임명 제청했다. 한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술친구인 박민 사장이 김건희 여사의 머슴을 자처한 박장범에게 밀린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을 두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결코 데자뷔가 아니다. 과연,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어찌해야 할까? 언론자유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끝까지 항거했던 고 이용마 기자는 그 방법으로 공영방송 경영진을 시민이 직접 선출할 것을 제안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그가 병마와 사투를 벌일 때, 찾아가 위문하며 언론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뒤에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현재의 방통위와 KBS다. 더 늦기 전에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권력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는 이용마 기자의 외침에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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