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몫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추천을 예고하면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약 4개월 가까이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인 방통위 운영이 정상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올해 안에 여당 추천 위원 포함 국회 몫 방통위원 3명이 임명돼 주요 의결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다 해도, 헌법재판소의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심판 결정까지 여야 위원 2대2 대치 상황이 예상된다.
19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중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에 민주당 몫의 방통위원 추천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원 후보 공모를 진행하던 민주당이 서류심사를 앞두고 9월11일 절차를 잠정 중단한 후 처음 나온 방침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서 국회가 방통위원·헌법재판관 추천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최 의원은 “오늘 최형두 국민의힘 간사가 민주당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믿고 방통위원 추천을 요청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5인으로 구성되는 방통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야의 방통위원 추천 계획은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야당 몫 방통위원을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추천 몫 방통위원 2명을 심사하기 위해 여야 원내 차원에서 물밑 협의에 돌입한다”는 언론 보도도 추가로 나왔다. 이에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25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에 대해서는 저희가 논할 바가 아니”라고 여당과의 협의엔 선을 그으며 “헌법재판소에서 국회가 역할을 안 하느냐고 얘기하니 국회의 역할은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심판 첫 변론에서 헌법재판관들은 청구인인 국회 측에 ‘국회는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해야 될 법률상 의무가 있는데, 2023년 11월7일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자 사퇴 이후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은 바 있다.
김현 의원은 이어 “여야가 같이 (위원 추천을) 하게 되면 대통령이 여당만 임명을 하고 야당 추천 위원은 임명을 안 할 수 있다. 지금 인권위 상임위원도 야당이 추천한 인사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을 안 하고 있지 않나”라며 “(앞서 8월) 여당과 협의를 했으나 (민주당이 방통위원 추천 절차를 돌입하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치공작’으로 치부해버렸다. 야당이 방통위원 추천을 하면 국회는 절차를 밟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 다음 여당 몫 추천에 대해 프로세스를 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의 방통위원 후보 추천 절차 추진 여부’를 묻자 “우리당은 한 명 추천이기 때문에 여러 검토가 그동안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들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야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부터 철회하고,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8월 민주당이 방통위원 후보 추천 공모를 개시할 당시 국민의힘 측에선 “방통위를 4인 체제로 만들어 아예 의결할 수 없도록 꼼수를 부리는 것”(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 “또 다른 정치공작이자 재판 개입 행위”(추경호 원내대표)라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남아있는 방통위 주요 의결은
현재 방통위엔 올해 안 마쳐야 할 주요 의결이 산적해 있다. 12월 말까지 재허가 의결과 심사결과를 통보하기로 한 KBS 1TV, MBC(DTV), EBS, TBS 등 방송사 재허가 심사가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국회 추천 몫 방통위원 3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8월2일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 소추되면서 방통위는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가 됐다. 1인만으로는 회의를 열거나 의결을 할 수 없다.
최근 TBS가 서울시 출연기관 해제 이후 공익법인으로 운영하기 위해 낸 정관변경 신청 건을 반려한 방통위는 “방통위 심의·의결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방통위는 지난해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실태조사 결과 발표도 미뤄지고 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21일 국회의 방통위 예산 심사 관련 입장문을 내어 “국회 과방위를 통해 방통위 상임위원의 추천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은 무엇보다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방통위 정상화를 위하여 상임위원도 조속히 추천하여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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