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사장 교체 통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23일 박 후보에 대해 사장 임명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박장범 후보 인사청문회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마무리하자, 21일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22일까지로 시한을 두고 박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이에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남은 시간은 오늘 하루다. 내일이면 KBS 사장 선임에 개입한 용산이 사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며 재판부에 신속하고 합당한 결정을 요청했다.
앞서 10월24일 KBS 야권 이사 4인은 이사회의 사장 후보 임명제청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과 박장범 사장 후보에 대한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13일 심문이 종결돼 재판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언론노조를 비롯해 92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KBS 사장 선임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번 KBS 사장 선임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국회는 신속히 대통령실이 사장선임에 개입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한 시도에 대해 국정조사를 벌여 진실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박상현 본부장은 이날 “이번 사건에서 용산이 언론 탄압을 하고 방송을 장악했다는 단서가 드러난 것”이라며 “KBS 회사 간부가 이사회의 사장 후보 면접 하루 전 용산으로부터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말을 했다는 걸 들은 사람이 여러 명이다. 회사 고위 임원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박민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를 했다. 면접 당일 KBS 안에서 박민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차고 넘쳤다”고 전했다.
이어 “수사당국도 더 이상 지지율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권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언론 장악, 방송 장악 실태를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23일 KBS 이사회는 여권 이사 7명만이 참여한 표결을 통해 사장 후보 면접 대상자인 박장범 앵커, 박민 사장, 김성진 방송뉴스주간 등 세 후보 중 박장범 앵커를 27대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 제청한 바 있다. 그런데 이사회 면접 전날인 10월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임에 도전한 박민 사장에게 사장 교체를 통보했다는 증언이 19일 박장범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다.
KBS PD인 김세원 한국PD연합회장은 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22년 차인데, KBS 사장 공모에 4명이 지원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이 사람들 중 강력한 내정자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긴 했었으나, 결국 특정한 사건으로 이렇게 터질 줄은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법에는 명백히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KBS 사장의 임명 절차가 법률로 규정이 돼 있다”며 “혹자는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식으로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알려지는 순간 사기도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로 결국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이 나오게 될 거고,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도 거의 명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벌어졌던 언론 탄압, 방송 장악의 과정에서 검사 윤석열이 수사했던 국정농단과 유사한 형태, 똑같은 형태의 불법들이 저질러져 왔다는 방증들이 수도 없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 누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대통령은 이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 제2, 제3의 언론장악 국정농단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이 사안의 진실을 반드시 드러내야 한다”며 “국회는 머뭇거리지 말고 국정조사를 결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