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가 대통령의 사장 임명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청문회를 통해 박 후보가 공영방송 사장 자격이 없음이 드러났다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박민 사장 임명 당시처럼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보내고, 곧바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사장 임명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박장범 후보는 12월10일 3년 임기의 KBS 사장에 취임하게 된다.
취임을 앞둔 박장범 사장 후보를 바라보는 KBS 구성원 대부분의 시선은 차갑다. 기자 495명 기명 성명, 노조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내 구성원 대다수가 이미 박장범 후보가 사장으로 자격이 없다고 외친 상태다. 18일~19일 청문회 당일에도 KBS 구성원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각 지역총국 로비 등 전국 각지에서 사장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더욱이 현재 KBS는 여러 혼란 속에 있다. 인사청문회 직전까지도 KBS 내부에선 보도 편향성 문제와 뉴스·프로그램 경쟁력 하락, 수신료국 대규모 인력 파견 과정에서 생긴 논란 등으로 내부 구성원의 비판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박장범 후보의 사장 취임 이후다. 취임 전부터 리더십 훼손에 직면한 박 후보가 KBS를 제대로 꾸려갈 수 있을지 구성원 사이에서 의문이 나온다.
‘사퇴 요구’ 성명… 박장범 “반성할 내용 없다”
“그분들의 성명은 다 읽어봤다. 저 자신을 돌아보고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겠다. 특별히 성명에 대해서는 반성할 내용은 없다고 생각한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는 이같이 말했다. 사장 후보 내정 직후 나온 KBS 30개 기수·기자 495명이 이름을 올린 성명에 대한 것인데, 이들은 박장범 후보의 ‘뉴스9’ 앵커 활동 당시 “그저 용산만 바라본” 행적들을 지적하며 후보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8~14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박 후보는 압도적인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투표에 참여한 KBS본부 조합원 1630명(투표율 80.2%) 중 1555명(95.4%)이 박 후보에 대해 ‘부적합’하다고 했다.
뉴스9 시청률 추락 책임자 박장범
기자들은 성명에서 박 후보가 KBS 뉴스 경쟁력 하락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KBS본부 설문조사에서도 ‘박장범 사장 취임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보도 및 프로그램의 신뢰도 및 경쟁력 추락’이 81.4%로 가장 많이 꼽혔다.
실제로 올해 10월부터 지상파 3사 메인뉴스 프로그램 중 KBS ‘뉴스9’은 수도권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 1위 자리를, 그것도 큰 격차로 MBC ‘뉴스데스크’에 내줬다. 이달 들어 전국 시청률마저 KBS 뉴스9이 MBC 뉴스데스크에 밀리는 모양새다. 11월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시청률에서 KBS 뉴스9은 MBC 뉴스데스크에 7번 1위를 빼앗겼다.
KBS A 기자는 사장 재공모를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과거 뉴스를 했던 방식이나 ‘조그마한 파우치’로 대표되는 9시 뉴스 앵커 행적으로 보면, 이미 박장범이라는 사람으로는 KBS가 지금 받고 있는 국민들의 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 와중 박장범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관련해 “공정성과 정확성, 신뢰성,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에는 엄격하게 문책하고, 팩트체크 시스템을 강화해 더 체계적이고 철저한 검증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KBS에선 ‘명태균 보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는 KBS 기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보도본부가 거부하고, 관련 보도마저 사실상 방치시킨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게이트 키핑 강화’ 기조를 보인 박 후보가 사장으로 취임하면 ‘통제 강화’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18일 ‘사장 후보 사퇴 촉구’ 피케팅에서 “박장범 후보자가 사장이 된다면 단순히 국민적 의혹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권을 비호하는 윤석열, 김건희 정권의 선전 도구로 KBS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료국 파견 “박장범 온다고 해결될까”
KBS에 당면한 문제 중엔 TV수신료 분리 징수가 있다. KBS 사측은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으로 민원 대응, 고지서 발송 등의 업무가 증대됐다며 신규 인력 채용 대신, 기존 직원들을 수신료 담당 인력으로 보내는 파견 인사를 내고 있다. 기자·PD 등 직원 128명을 수신료 담당 인력으로 파견 보낸 1월에 이어 사측은 11월13일자로 48명을 파견 보냈다.
다만, 2차 수신료국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사측이 업무 설명이나 규모, 발령일 등을 구성원에게 안내하지 않고, 재배치 대상자로 선정된 직원을 상대로도 제대로 된 관리자 면담을 진행하지 않은 채 파견을 보내 “깜깜이 선발” “강제 인력 차출”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심지어 내년 9월 방송 예정인 ‘KBS 대기획’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기획한 메인 PD가 촬영까지 진행되던 상태에서 수신료국으로 발령 받은 일이 한 시사교양 PD의 사내게시글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다른 B 시사교양 PD는 “단순히 대기획 메인 연출자를 빼냈다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이 사람은 그냥 빼도 괜찮다’는 식의 태도로 치부해버린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장범 후보에 대해선 “사장으로 내정된 유일한 이유는 ‘대통령 담화’ 외에는 보이지 않는데 뭘 믿고 콘텐츠 공정성을 말하는 건지 회의적”이라며 “박 후보는 고대영 사장 때 비서실장을 했는데, 당시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기용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고대영 시즌2’가 되지 않겠나”고 우려했다.
C 기자는 “통합징수와 같이 수신료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박장범이 되든 안 되든 이미 박민 사장이 그렇게 세팅(대규모 파견 등)을 해놨기 때문에 내부 분위기 상으로도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며 “차기 KBS 사장 임기가 윤석열 대통령 임기보다 많이 남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사, 임명동의제 등 구성원이 요구하는 것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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