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협 "대통령실의 CBS 기자 휴대폰 강탈, 언론자유 중대 침해"
[한국기협 "대통령실 사과, 책임자 문책하라"]
태릉 군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취재
경호처, 취재진에 임의동행 등 요구
경찰, 건조물 침입죄로 취재진 조사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골프 치는 현장을 취재하던 CBS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는 등 취재를 방해한 일이 벌어지자 CBS 구성원과 한국기자협회가 “기자 겁박”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CBS는 북한의 도발 상황, 대국민 사과 직후 이뤄진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 논란을 단독 보도 해오고 있다. 해당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경호처 직원들의 기자 취재 방해, 경찰 조사 소식도 15일 CBS 보도로 드러났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CBS 기자는 9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군 골프장에 윤 대통령이 자주 라운딩을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잠복취재를 하고 있었다. 이날 대통령실 차량 행렬이 골프장 정문 통과하는 장면을 포착한 기자는 그린이 보이는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취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7~8명의 경호처 직원들은 기자를 둘러싸고 휴대전화를 건네라고 요구했다. 기자가 거부하자 한 경호처 직원은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사진, 동영상 삭제를 시도했고, 누구 제보인지 캐묻기도 했다. 경호처 직원들은 경호법을 거론하며 임의동행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했다. 곧바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취재진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고, ‘건조물 침입죄’로 조사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18일 성명에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적 관심사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를 상대로 제보의 출처를 캐묻고, 제보자 색출에도 나선 대통령실의 처신은 잘못된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사과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서 ‘트럼프 당선인과 골프 외교를 위해 최근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8월부터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하며 “권력의 겁박과 거짓 해명은 진실을 가릴 수 없으며, 기자의 휴대전화 강탈로 언론의 사명이 위축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5일 한국기자협회 CBS지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도 해당 사안에 대해 성명을 내어 대통령실에 사과와 책임자 문책, 경찰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CBS지부는 성명에서 “태릉 군 골프장 앞은 평소 일반인에게 공개된 장소였고 당시에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금지구역이나 비밀 장소를 들어간 것이 아니”라며 “어떤 법적 권한도, 영장도 없는 경호처가 무슨 권리로 기자 휴대전화를 뺏고 취조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경호처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적법한 경호안전 활동”이라며 “현장 근무자(경호처 직원)들이 다가서자 (기자가) 도주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경호 위해상황으로 판단, 즉각 추적해 붙잡아 위해시도 여부를 확인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중호 CBS지부장은 “경호처의 ‘도주’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 골프 장면을 취재한 것이 무슨 불법적 상황이라고 기자가 도주하나”라며 “해당 기자는 경호처의 촬영 불가 요구에 촬영을 중단했고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이 의미가 없어 내려왔을 뿐이다. 기자는 경찰과 경호처의 지시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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