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80) 안녕한 이별을 앞두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학생회 간부들이 11월7일 ‘메모리얼 파티’ 학술제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며 강의실을 나가고 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스무 살, 스물두 살 대학생들이 정장을 입고 단상에서 인사를 합니다. 꿋꿋이 버티던 그들은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눈물을 흘립니다. 11월7일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메모리얼 파티(장례식) 학술제에서 만난 장면입니다. 2025년부터 대구대학교 사회학과는 신입생을 받지 않습니다. 올해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 예정된 유예기간이 끝나면 폐과합니다.


정말로 문을 닫는 폐과를 당장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회 간부들이 눈물을 흘리는 마음을 잘 알 것 같습니다. 초겨울 신입생 오티(OT), 계절마다 갔던 농활, 영상과 사진과 단편영화들로 꾸린 학술제, 축제 기간 주점에서 계란말이만 주야장천 부치던 일, 시험 기간 다 같이 과방에 모여 벼락치기 공부를 했던 기억. 같은 내용의 수업을 들으며 패기 어린 토론이 오갔던 시간들. 함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애정을 쏟았던 하나의 공동체가 앞으로 영영 사라진다고 하면 마음이 참 헛헛하지요. 취업양성소로 변해가고 있는 대학교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시간 동안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이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누리기를 바랍니다. 각자도생이 당연해진 사회에서, 인문학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차이를 끌어안을 수 있기를, 혼자보다는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인문학’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박미소 시사IN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