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탄핵 심판 첫 변론에서 나온 질문들
헌재, 국회쪽엔 "방통위원 추천 않는 건 국회가 의무 다하지 않은 것"
이진숙쪽엔 "방통위원 여야 3대2 구성은 법률로 강제된 거라 보느냐"
“피청구인(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도 묻고 청구인(국회)에게도 묻겠습니다. 주제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에서 여권 우위는 법률로 강제되느냐’ ‘방통위원은 언제까지 추천·임명해야 되느냐’ 이 두 가지입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 변론기일에서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 사건의 첫 공개 변론이 진행된 날이었다. 국회 측, 이진숙 위원장 측의 변론을 들은 이후 나온 질의인데 재판관들이 이번 탄핵 사건에서 주목하고 있는 지점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형배·김형두 재판관 “국회는 왜 1년 동안 방통위원 추천 안했나”
헌법재판관들의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 관련 질문은 이날 재판관,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간 사실상 공방이 오간 사안이기도 하다. 문형배 재판관은 국회 측에 “최민희 (당시 전) 의원이 국회 의결을 거쳐 (방통위원으로) 추천이 됐으나 2023년 11월7일 (방통위원 후보직) 사퇴를 했다. 국회는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해야 될 법률상 의무가 있는데 (이후) 왜 추천을 안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국회 추천 방통위 상임 위원 3명이 공석인 상황에 대한 것인데, 방통위는 2023년 8월부터 방통위원 ‘2인 체제’로 파행 운영 중이다. 2023년 3월 안형환 전 부위원장 후임으로 민주당은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안을 의결해 본회의까지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7개월 넘게 재가하지 않았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 임명은 보류하면서 그 사이 윤 대통령은 그해 5월 김창룡 전 위원(대통령 몫) 후임으로 이상인 위원을 지명했다.
국회 측 대리인인 변호사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한 위원을 특별한 이유 없이 임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다수당(민주당)이 위원을 추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임명이 어떻게 보장될 것이냐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라고 답한 이유다.
그러자 문형배 재판관은 “그건 정치적인 이야기고 법률적 이야기는 다르지 않느냐. 국회는 왜 방통위원을 추천 안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과정에서 김형두 재판관도 같은 취지로 “22대 국회 구성이 되고 나서도 지금 국회 추천 위원 3명은 공석인데 최민희 의원 문제가 있었다 해도 좀 지나친 거 아닌가. 국회가 의무를 제대로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며 “(공석이 된지) 1년이 됐다. 그 동안 방통위는 일을 하지 않아야 된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청구인 측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나섰다. 그는 “최민희 방통위원(후보자)을 대통령이 임명했다면 그 후속 인사도 탄력을 받아서 추천되고 임명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며 “2인 체제가 유지된 것이 국회가 추천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주장도 일리 있는 주장일 수 있으나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책임이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어 국회에서 추천을 했다고 쳐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만 임명하고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를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거 아닌가. 국회에서 내부적으로 그걸 토론할 수 있는 문제”라며 “헌재 재판관(추천)도 지금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추천 프로세스 과정에서 국회는 정당 간 입장이 있고 저간의 사정이 있다는 점도 재판관들께서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헌재 발언’에 김형두 재판관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김 재판관은 “지금 헌법재판소가 10월17일 재판관 3명이 퇴임을 하고, 거의 한 달째 재판관 전체가 모여 바깥으로 내보내는 결정을 못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헌재 재판관) 3명을 추천하게 돼 있는데 그걸 하지 않는 것도 국회가 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 뜻은 헌법재판소는 일을 하지 말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헌재 재판관 6명만으로 변론기일 열 수 있었던 배경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공석 문제는 앞서 10월8일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당시에도 문형배 재판관은 “변론이 예정돼 있으나 아마도 재판관 3명이 공석일 가능성이 있다. 6명이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변론을 열 수가 없다”며 이진숙 위원장 측 대리인에게 입장을 물었다. 이에 “국회에서 신속히 상의해 논의해야 될 것 같다”고 답하자 문 재판관은 재차 “국회에다 돌리면 어떻게 하나. 대응 방안까지 생각해야 한다. 한번 검토를 해 보라. 헌법은 법률의 상위”라고 했다.
이틀 뒤 이진숙 위원장은 헌재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했고, 헌재는 10월14일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법의 효력을 탄핵심판 선고 때까지 멈추기로 결정했다. 이번 변론기일이 재판관 6명만으로도 열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진숙 위원장은 이날 의견진술을 하며 가장 먼저 “국회에서 세 분의 헌법재판관을 추천하지 않아 하마터면 이 중요한 심리가 중단될 뻔 했다. 결단을 내려주신 재판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형배 재판관 “피청구인, 방통위 ‘여권 3인 야권 2인으로 구성’만 전제해”
이날 문형배 재판관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측에겐 “법률이 방통위원 중 여권 3, 야권 2를 강제한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방통위원 임기는 3년이다. 만약 그런데 정권 교체가 됐다면 방통위원의 마지막 1년은 (야권) 우위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며 “그 경우 피청구인 대리인에 의하면 여 3 야 2가 중요하기 때문에 법에 정해진 임기를 포기하고 사퇴를 해야 되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이진숙 위원장 측 대리인인 최창호 변호사는 “그런 경우 정권이 바뀌었을 때 대통령이 임기제 기관장을 임명함으로써 대통령과 임기제 공무원 간 임기가 엇갈리는 문제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문 재판관은 “방통위원은 임기를 법에서 보장한다. 정무직이지만,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다시 말하면 지금 피청구인 측은 무조건 방통위원은 여 3인, 야 2인 돼야한다는 전제 위에서 모든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날 변론에서 이진숙 위원장 측은 “현행 방통위법은 방통위의 5인 중 2인은 대통령이 지명을 임명하고, 3인은 국회 추천을 받아 임명하고 있는데, 국회가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과 행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탄핵 심판 쟁점으로 국회 측은 △방통위원 3인이 공석인 상태에서 2인만으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선정·추천·임명 등에 관한 안건 의결은 법률 위반 △2인 체제에서 심의와 의결을 강행해 회의 공개에 관한 법령 위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3인이 위원 기피 신청했음에도 위원장 본인이 의결에 참여해 법률 위반 등을 제시했다. 반면, 이진숙 위원장은 △방통위법에 의사 정족 수 규정이 없으므로 2인 체제 의결은 적법 △2인 체제에서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은 기피 신청권의 남용 △국회의 소추권 남용 등을 주장했다.
다음 2차 변론기일은 12월3일이다. 탄핵 심판 종국결정까지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관 3명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심리는 열렸지만, 탄핵결정을 하기 위해선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 상태에서 재판관 6명 만장일치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인데, 만약 재판관 6명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나머지 3명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 현재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길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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