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일간지·방송·통신사 기자들의 '반도체 랩소디'

책 '술술 읽히는 친절한 반도체…'
산업부 기자·국회 비서관 등 8명 참여
전문성 높이려는 모임, 첫 출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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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모임을 이어오던 서로 다른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반도체 산업을 쉽게 풀어 쓴 책을 출간했다. 현장 기자들이 전문성을 쌓기 위해 자발적으로 연구모임을 만드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가운데 함께 공부한 결과가 출판으로까지 이어진 첫 사례다.


전자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와 국회 비서관 등 8명이 함께 쓴 <술술 읽히는 친절한 반도체 투자>가 5일 출간됐다. 책은 반도체란 무엇인지부터 산업 현황 문제점, 국제 동향, 시장 전망 등 전체를 망라했다. 투자 방법도 설명하고 있지만 국제경제의 핵심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독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책 표지에 적힌 지은이는 ‘팀 포카칩’(For k-chip). 지난해 4월 기자들이 만든 연구모임이다. 연합뉴스 강태우, 중앙일보 고석현, 더벨 김도현, 헤럴드경제 김민지, 아주경제 김수지, 한국경제 김익환, 채널A 이새하 기자와 이원재 국회 선임비서관이 저술에 참여했다. 연구모임에는 반도체 업계 직원도 있지만 이해충돌을 우려해 함께 책을 쓰지는 않았다.

반도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과 국회 보좌진 등이 만든 연구모임 ‘팀 포카칩’(for K-chips)이 <술술 읽히는 친절한 반도체 투자>를 5일 출간했다. 왼쪽부터 이원재 국회 선임비서관, 김민지 헤럴드경제 기자, 김수지 아주경제 기자, 고석현 중앙일보 기자, 김익환 한국경제 기자, 강태우 연합뉴스 기자, 김도현 더벨 기자, 이새하 채널A 기자. /팀 포카칩 제공

연구모임이 처음부터 저술을 목적으로 한 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이 워낙 복잡하고 전문 용어가 많다 보니 출입처에서 알고 지내던 기자들이 공부하려던 게 시작이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 전 개혁신당 국회의원실에서 일한 이원재 선임비서관도 반도체 정책에 대해 이 기자들과 소통하다가 모임에 참여했다.


김익환 기자는 “처음에는 취재 때 서로 도움을 받으려 ‘꾸미’(소규모 비공식 기자단)를 만들었는데 공부도 같이 해보자 싶었다”며 “두 달쯤 지나서는 공부한 게 아까운데 책을 쓰자며 누가 주도할 것도 없이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일과를 마치면 저녁에 시간을 내 업계 관계자나 교수, 연구원 등을 초빙해 가며 공부했다.


모임은 지난해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강사료와 출판비를 지원받았다. 삼성언론재단은 2021년부터 ‘언론인 연구모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주제가 다양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는데 출판으로까지 성과가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석현 기자는 “우리가 좋은 사례로 알려져서 다른 산업 분야에도 모임이 여럿 생겼다고 들었는데 뿌듯하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여한 기자들은 연차가 4년에서 14년 차까지 다양하고 경제지와 종합지, 통신사, 방송사 등 여러 언론사가 골고루 섞여 있다. 사이도 끈끈해졌다. 9월에는 탈고 작업을 위해 단합대회 겸 강원도 평창군을 다녀오기도 했다.


기자들은 언론인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김 기자는 “시중에 있는 반도체 전문 서적과 일반인이 읽을 수 있는 책 사이의 간극이 크다”면서 “그 간극을 좁히는 데 역할을 하려 했고 그런 부분에서 다른 책과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경제 안보적 성격도 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자국 내 대규모 투자 방침을 밝히며 “반도체는 인프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AI 반도체’가 탑재되는 등 반도체가 여러 상품 중 하나가 아니라 핵심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지 기자는 “전문 분야를 다루면서도 현장감 있게, 이해하기 쉽게 쓰는 건 기자인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계속 공부해 가며 다른 주제를 발굴하면 또 다른 출판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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