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특이점' 트럼프의 시대

[이슈 인사이드 | 환경]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은 매 편 악당이 극의 전개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1편엔 라스 알 굴이, 2편엔 조커가, 3편엔 베인이 배트맨 대척점에서 정의를 부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은 일부 기후·환경론자에게 그러한 역할로 꼽힌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없더라도 전쟁과 경기 침체 속 전 지구의 탄소중립 달성이 쉽지 않지만 말이다.


트럼프 재집권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파리 기후변화 협약 재탈퇴를 준비 중이며, 석유·석탄산업 로비스트 출신 인물을 고위급으로 등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약 13%의 증감 향방이 변곡점을 맞이한 것이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승기를 잡았기에 미국경제 우선의 트럼프 2기 정부 기조는 기후 방향을 향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선 1기 행정부 시절, 미국 내 석탄 발전 비율이 다시 증가하고, 청정에너지 계획이 폐기되는 등의 조치가 시행됐다.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6년 대비 2018년에 약 3.4% 증가했으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기후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시야에서 기후변화, 거기에 돈을 쓰도록 하는 건 ‘사기’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예를 들어, 2019년 발생한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로 인한 건조한 기후와 고온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산림 관리 문제로 치부하며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을 부정했다.


그는 재임 시절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에 지원을 축소하는 정책을 펼쳤다. 2019년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약 17.5%였는데, 이는 주요국 중 낮은 편에 속한다.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같은 시기 약 34%로, 미국의 두 배에 가까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 문제를 ‘관리해야 할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할 뿐, 선제 대응하는 건 필요하지 않다는 관점을 가진 듯하다. 소를 잃을 것 같을 때 외양간을 잘 고치면 되지, 미리 고칠 필요 없다는 식이다. 기후 대응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관점을 가지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식 기후 대응’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 기후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자국의 기후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20년 파리 협약의 주요 이행 기간, 미국의 탈퇴는 브라질과 인도 등 일부 개발도상국이 기후 목표 설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기후협력의 동력이 약화할 우려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새로운 ‘특이점’이 될 수 있다. 그의 정책 방향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는 국제사회의 목표에 도전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 및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기후 슈퍼히어로’가 되진 않겠지만 ‘악당’이 되진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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