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선언, 기자들 길 잃었을 때 별이 되어줄 것"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
'2024년 다시 쓰는 자유언론실천선언'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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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날 우리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 (…)” (19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우리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당면한 독재 회귀와 민주주의 파괴, 남북 관계 위기 등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거듭 확인한다. (…)” (2024년 다시 쓰는 자유언론실천선언)

10월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한국기자협회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올해 10월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에선 다시 쓰는 자유언론실천선언 낭독이 이어졌다.

이날 기념식에선 동아투위·조선투위 위원들과 가족들을 비롯해 조성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 김중배 선생, 권영길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 이창숙 1974년 한국일보 노조 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김세원 한국PD연합회장 등이 기념식에 자리했다.

조성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반백년 역사, 그 당시 선언했었던 선배들이나 그 뜻을 이어받은 후배들 모두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19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엄혹한 독재에 저항해서 결행한 자유 언론 쟁취 투쟁으로 이 나라 언론사의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기념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박수와 함성을 제안하며 “지금까지 많은 고난을 거치면서 자유 언론 실천 투쟁, 민주화 투쟁, 인권투쟁을 하면서 고생해온 선배들, 또 후배들은 그 뜻을 이어받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현재 우리 언론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희들이 한 일 없이 평가만 높게 받는 건 아닌가, 제대로 일을 못해서 우리 언론이 이 지경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지 반성을 먼저 하게 된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그러나 KBS나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보는데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들이 헛되지 않다는 걸, 반드시 더 크고 공정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은 “이렇게 많은 언론인들이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원칙을 내걸고 이를 지키기 위해 함께 투쟁한 것은 한국 언론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면서 “그 50년 후에 오늘의 언론은 어떠한가, 자유를 누리고 있나, 언론이 더 공정하고 올바른 언론이 되었나”고 물었다. 이어 “기가 막히고 가슴이 아프다. 지금 MBC, KBS 사태가 그 정반대임을 증언해 주고 있다”며 “10·24 선언은 언론계 우리 후배들이 길을 잃었을 때 권력의 탄압을 받아 좌절하고 있을 때, 그 권력 앞에서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를 때 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배 선생은 한강의 소설 ‘흰’ 내용 중 ‘당신의 눈으로 흰 배추 속 가장 깊고 환한 곳, 가장 귀하게 숨겨진 어린 잎사귀를 볼 것이다.’ 대목을 언급하며 “오늘 아침 동지들이 흰옷을 입고 조선동아 앞에서 행진을 했는데, 왜 흰옷을 입었을까 나름대로 추리하며 저걸 연상했다. 50년 동안 싸워온 여러분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권영길 언론노조 초대위원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미디어오늘에 실린 50년 전 자유언론실천 서명자 명단을 봤다. 3분의 1이 세상을 떠났다. 돌아갈 곳에 돌아가지 못하고 가신 분께 정말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가슴이 아프다”며 “그러나 이 분들이 다 가신다고 해도 자유 언론 실천 정신은 살아있을 것이고, 그 정신이 이미 계승돼 굽힘없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0월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한국기자협회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하 영상을 통해 “1975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을 여전히 기억한다. 저는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자그마한 광고를 내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용돈을 모아 내밀었던 기억을 아직도 지을 수 없다”며 “오늘날의 자유 언론 실천 선언 정신을 실천하는 최우선 과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방송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을 위한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1974년엔 자유언론실천운동의 일환으로 그해 12월에 한국일보 노조가 결성되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창숙 1974년 한국일보노조 지부장은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4년, 중앙정보부 요원은 편집국으로 출근하며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기사를 막았다. 그때 잘못들, 젊었던 우리들에게는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수성과 기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마음들이 모여 자유언론선언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날 기념식 이후 안종필자유언론상·통일언론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가 선정하는 제36회 안종필자유언론상 본상엔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이, 특별상에는 <이종섭 대사 출국금지> 등을 연속 보도한 MBC 보도국 법조팀이 수상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통일언론상 특별상엔 SBS특별기획 <조선중앙텔레비죤>, KBS 추적60분 <전쟁과 민간인>, 제주CBS 특집 다큐멘터리 <4·3밀항인 기록-경계를 넘어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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