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에게 'KBS 보도 공정하냐'고 물었더니…

[KBS 기자협회 설문조사] 91% "공정하지 않아"…92.4% "보도본부 간부들 정치적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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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 10명 중 9명이 자사 보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봤다. 또 KBS 보도본부 간부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응답도 10명 중 9명으로 나타났다.

KBS 기자협회는 8월28일부터 9월1일까지 KBS 기자 4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보도가 공정한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1%가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70.5%, 다소 그렇지 않다 20.2%)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엔 기자 302명(참여율 64.4%)이 참여했다. 지난 2022년 7월 실시한 KBS 기자협회 설문조사 참여율은 41%였다.

또 ‘보도본부 간부들이 정치적 편향 없이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보는지’ 항목에 92.4%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보도본부 간부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응답은 2022년 KBS 기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의 같은 질문(그렇지 않다 56%)과 비교하면 3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특히 5개 기수 그룹(23기 이상, 24~30기, 31~37기, 38~44기, 45~50기) 별로 따졌을 때 막내급인 45~50기 기자들의 KBS 보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우리 뉴스가 공정하지 않다고 본 기수 비율이 45~50기가 97%로 가장 높았고, 보도본부 간부들이 편향적이라고 보는 비율도 96%로 가장 높았다.

‘KBS 보도가 타사 대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설문 참여자의 90%가 부정적으로 응답했고, ‘현재 우리 뉴스는 주요 현안을 빠뜨리지 않고 보도하는 지’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85%에 달했다.

최근 내부 현안과 관련 ‘8·15 광복절 특집 뉴스’에 대해선 89%가, ‘4월 총선 뉴스’에 대해서는 73%가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8월15일 광복 79주년 특집 KBS ‘뉴스9’은 타사와 달리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윤석열 대통령 경축사 관련 보도를 하는 대신, ‘한강의 기적’과 ‘경제성장’으로 30분 이상 뉴스를 가득 채워 비판을 샀다. KBS 기자협회도 17일 ‘광복절 뉴스 없는 광복절 특집 뉴스, 정상입니까?’란 제하의 성명을 내고 “기자들 사이에는 이번 광복절 특집 뉴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국뽕성’, ‘관급성’ 보도가 이어지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무려 2024년에 1990년대식 보도만 하려고 한다는 탄식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는 10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2년 전 설문조사와 비교해서 결과가 가장 나빠진 질문은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2년 전에는 ‘보람을 느낀다’는 응답이 39%,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25%였는데, 올해 조사에선 ‘보람을 느낀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보람을 느끼는 않는다‘는 응답은 71%로 나타났는데 지난 조사보다 46%포인트 높아진 결과다.

보도본부 구성원 간 신뢰도도 크게 낮아졌다.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지’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81%였다. 2년 전(54%) 보다 27%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사측이 추진하고 있는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61%의 기자들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어 ‘보통이다’가 32%, ‘적절하다’는 4%에 불과했다. 보도본부 조직개편안이 부적절하다고 보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선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결정’이 4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합리적이지 않은 부서 통폐합’(24%), ‘탐사보도부 폐지’(20%), ‘네트워크부 폐지’(13%) 순이었다.

노태영 KBS 기자협회장은 설문조사 실시 배경에 대해 “현재 우리 뉴스에 대해 내부적으로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KBS 뉴스는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명확하게 자문해보고 현실을 알아봐야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이 KBS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이번 결과를 보고 우리 조직원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한번쯤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민 KBS 사장이 임기 3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연임 도전 가능성에 대한 여러 말이 나오는 있는 가운데, 기자들의 부정 평가 일색인 설문 조사 결과에 대해 경영진이 어떤 응답을 할지 주목된다. 앞서 4~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실시한 조합원 대상 ‘박민 사장 취임 300일 긴급 신임 투표’에서 박민 사장은 ‘불신임 98%’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박민 사장의 연임에 대해선 99%의 조합원이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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