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인터랙티브 뉴스 가성비에 대한 고찰

[이슈 인사이드 | 데이터] 전기환 뉴스타파 데이터개발팀 기자

기술보다 주제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사도 AI(인공지능)나 3D를 이용해 새롭고 놀라운 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최근 중학생이 만든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는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불과 2시간 만에 만들었다는 이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는 특별한 기능 없이도, 조회수 300만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는 트래픽이 폭주해 접속이 잘 안되는 상황이다.

이 중학생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딥페이크 피해자를 접한 후, 이를 알리고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지도를 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학생이 만든 ‘확진자 지도’를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 학교 현황을 표시하는 딥페이크 지도를 개발했다.


최소한의 기능과 평범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남겼다. 어려운 기술 없이도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언론사에서 뉴스와 함께 이런 페이지를 빠르게 개발해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12년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 성공 이후, 국내외 언론사들이 인터랙티브 뉴스를 만들기 위해 유행처럼 팀을 만들고 개발자를 채용했다. 배너가 가득한 일반 기사와 달리 역동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뉴스, 독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개인화된 뉴스들은 레거시 언론사의 희망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뉴스는 제작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 대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소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며 하나둘 팀이 없어졌다. 과거 몸담았던 언론사도 100만 뷰가 넘는 페이지를 여럿 만들어 낼 정도로 노하우가 쌓였었지만 이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외주) 없이는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제작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야 가성비 좋은 인터랙티브 뉴스를 만들 수 있을까? 인터랙티브 뉴스는 반드시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아야 할까?

텍스트보다 정보

좋은 주제라도 페이지 전체를 인터랙티브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불필요한 효과로 기사를 읽는데 방해가 되거나 느린 로딩 속도로 독자가 이탈할 수도 있다. 인터랙티브 효과 없이 소화 가능한 내용이라면 일반 기사로 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뉴스타파는 최근 인터랙티브를 모듈처럼 개발하여 기사에 활용하는 방식을 실험 중이다. 모든 기사를 인터랙티브에 포함하는 대신, 필요한 기능만 개발하여 페이지를 만들고 이미지나 iFrame으로 기사에 삽입하거나, 영상 리포트의 보충 자료로 사용한다. 이런 방법은 제작 시간을 줄여 독자들에게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이진숙 법인카드 사용 지도’는 지도를 통한 단순한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에서 바이럴되며 상당한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이는 인터랙티브 뉴스가 반드시 완벽한 형태일 필요는 없으며, 중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IN,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등 5개 언론사 공동 기획으로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각화한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네트워크’ 페이지를 각 사의 기사에 링크나 iFrame을 넣을 수 있도록 제공하였다. 텍스트 없이 필요한 기능만 개발을 하여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전기환 뉴스타파 데이터개발팀 기자

언론산업의 가성비

언론사마다 처한 상황과 인력의 차이가 있지만, 인터랙티브 뉴스를 통해 독자 참여를 강화하고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표는 동일할 것이다. 시의성이 중요하고 늘 일손이 부족한 언론사에서 어떻게 하면 제작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을지 여전히 답을 찾는 중이다.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화려한 효과와 볼거리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가성비 좋은(?)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여러 언론사들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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