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갈등이 팽배하는 사회 안에서 언론인의 참다운 역할을 고심하고 있는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국내 취재현장에서는 물론, 특히 최근 올림픽이 열린 프랑스에서 인류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과 선수들의 투혼을 현장감 넘치게 국민께 전해주신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나날이 열악해지는 언론 상황 속에서도 권력 감시와 국민의 알 권리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묵묵히 취재현장을 지키고 있는 여러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무거워지기만 하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도 여러분은 언론인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은 오늘날 한국이 누리는 번영에는 한국전쟁 이후 지극히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언론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선배 언론인들의 사명감도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시작은 60년 전인 1964년이었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언론규제를 위해 비민주적 악법인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제정·시행하려 했습니다. 그해 8월17일 선배 언론인들은 악법 태동을 저지하기 위해 시퍼런 군사정권에 맞섰습니다. 그 당시 언론자유수호를 향한 열정과 용기를 희생 삼아 한국기자협회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60년은 저항과 투쟁의 기간이었습니다. 창립 이후 정권의 언론탄압 국면은 이어졌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여하한 압제에도 뭉쳐 싸운다’는 강령을 마음에 새기고, 군부독재시절인 1970년대 전국적으로 일어난 언론자유수호 운동, 1980년 신문제작 거부 선언 등을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 쟁취에 노력해 왔습니다. 선배 언론인들이 씨앗을 뿌리고 외풍을 막아낸 노정에 후배들이 소중하게 이어받은 역사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언론 환경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민주주의 번영을 영속하기 위해 필요한 언론의 공영·공정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고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방언론, 중소·전문매체에 닥친 위기감은 더욱 심각합니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언론 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데 많은 기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은 한가할 정도입니다. 1년째 이어지는 방송통신위원회 파행과 함께 방송장악 시도 논란은 정치 실종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검찰은 대통령의 명예훼손 수사를 이유로 정치·언론계 인사들의 통신 정보를 대규모로 사찰했습니다.
권력기관은 오불관언입니다. 무차별 통신 조회만 하더라도 신원 확인만 했다는 어설픈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신원 확인 행위 자체가 기본권 침해 행위이지만, 사과는 없었습니다. 방송4법을 두고 펼치는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행태는 정치세력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게 만듭니다.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한데, 여야 합의는 없고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의 단초는 결국 언론이 만들어야 합니다. 언론이 치열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단결된 힘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의 정치 실종 사태에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우리가 단결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1964년 8월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선언문의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정의와 책임에 바탕을 둔 우리들의 단결된 힘은 어떠한 권력, 어떠한 위력에도 굴치(굴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창립 60주년을 바탕으로 한국기자협회 100년 역사를 향한 길에 당당하게 나서겠습니다. 조국의 민주발전과 언론자유수호, 언론인 자질향상, 권익옹호, 평화통일, 국제언론교류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자협회 본연의 일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든든한 감시견 역할을 하며,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고 평화와 번영이 함께하는 미래를 향한 발걸음도 늦추지 않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성찰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시청자와 독자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앞과 뒤, 옆에는 저희가 함께 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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