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축제 그 이후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4 파리올림픽이 12일(한국시각) 폐막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8위를 했다. 대한체육회는 애초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를 목표로 한다고 했으나 이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속에 202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 때 아쉬운 성적(금메달 6개·은메달 4개·동메달 10개)으로 대한체육회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영향이 없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금메달 8~9개 정도를 예상했었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올림픽 최소 선수단(144명)을 파리에 파견했다. 축구, 농구, 배구 등 단체 구기 종목들이 대거 예선 탈락한 게 컸다. 야구는 이번 대회 정식종목이 아니었다. 여자핸드볼이 유일하게 출전했는데 세대교체 실패 등으로 조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우물 안 개구리 평가를 듣는 현재 상황이라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때도 이번 대회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칼(펜싱), 총(사격), 활(양궁)의 활약은 눈부셨다. 펜싱(사브르), 양궁이 메달 ‘상수’였다면, 사격은 ‘변수’에 가까웠다.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등 역대 최고 성적을 낼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특히 사격은 지난 2002년부터 20년 넘게 회장사로 있던 한화 그룹이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10월)이 끝난 직후 물러나면서 7개월여간 수장 없이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한화 그룹은 연간 10억원가량 연맹을 지원해왔었다. 지난 6월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신명주 원장이 회장 자리를 맡으며 관리단체 지정은 피하고 올림픽에 참가했다. 하지만 신 원장은 병원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림픽 기간 연맹 회장에서 물러났다. 사격연맹은 이제 다시 회장사를 찾아야만 한다.


사격연맹 사정과 별개로 2007년생 반효진(공기소총 10m)은 총을 처음 잡은 지 3년여 만에 세계 최정상에 섰다. 친구 따라 사격장에 갔다가 재능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대표팀 여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도 됐다. 양지인(권총 25m)은 중학교 1학년 때 수행평가로 사격을 처음 경험했는데 잘 맞아서 사격 코치에게 발탁된 사례다. 이들 외에도 ‘우연히’ 해당 종목의 코치들에게 발견된 사례가 많았다. 엘리트 선수 핀셋 육성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사전에 걸러졌는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학교 체육을 확대해 숨어 있는 반효진, 양지인을 미리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안세영이 있다. 안세영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곧바로 배드민턴협회를 직격했다. 부상에 대한 안일한 대처와 전담 트레이너 부재, 복식 위주 훈련 방식 등에 대한 얘기를 가감 없이 토해냈다. 개인 후원 등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하가 있어야 할 순간에 온갖 비토가 쏟아졌다. 박태환(수영), 김연아(빙상) 사례에서 보듯 세계 1위 톱 선수와 국내 협회, 연맹간의 갈등은 늘 있었다. 안세영과 협회 간의 진실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3관왕 김우진이 말했다. “메달 땄다고 젖어있지 말아라. 해 뜨면 마른다”라고. 축제는 끝났다. 이제 숙제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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