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임명 하루만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의결… 사흘만에 탄핵

방통위원장 취임 후 일어난 일…
야당 주도 공세 계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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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취임, 방송문화진흥회·KBS 이사 선임 의결,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한 직무정지. 이진숙 방통위원장 취임 사흘 만에 이뤄진 일들이다. 언론계와 정치권의 거센 반대 속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 때부터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한 대로 이 위원장은 임명 첫날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강행했다.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주요 사유인 대통령 지명 위원장·부위원장 ‘방통위 2인 체제’의 의결, 취임 당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일부 여권 추천 이사만 선임 등 해당 의결의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파장은 여전하다. 방문진 현 이사·지원자들이 제기한 이사 임명 처분 취소소송 및 효력정지 신청, 방통위원장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이진숙 위원장 체제 방통위를 둘러싼 법적 공방 또한 계속될 전망이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뉴시스

이진숙 위원장은 7월31일 임명안이 재가 되자마자 오전 9시 15분께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집무실로 출근했다. 임명장 수여식, 현충원 참배 등 전임 위원장들이 임명 때 통상 첫 일정으로 거치는 절차도 생략한 채 이 위원장은 같은 날 임명된 김태규 상임위원과 함께 이날 오전 11시 취임식에 참석했다. 오후 4시께 방통위는 홈페이지에 당일 1시간 뒤 전체회의를 개최한다고 알렸고, 이 위원장과 김 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통해 ‘방통위 부위원장 호선에 관한 건’,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 관련 후보자 선정에 관한 건’,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임원 임명에 관한 건’ ‘위원 기피 신청에 관한 건’ 등 4건의 안건을 속도전으로 의결했다.


이날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6명과 감사 1명을 임명했고, KBS 이사 7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방문진 이사 정원은 9명, KBS 이사회의 경우 11명인데 여권 추천 이사들만 선임한 결과다. 나머지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한다는 방침을 밝힌 방통위는 이날 이사 선임 명단을 공개하며 전임자를 분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방문진의 경우 기존 야권 추천 이사 6명 중 권태선·김기중·박선아 이사가 교체 대상이 됐고, 현 KBS 야권 추천 이사 5명 중에선 조숙현 이사가 물러나게 됐다. 나머지 현 방문진·KBS 야권 이사들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통위가 이사 일부만 선임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전임자를 특정했는지 등을 두고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현 방문진 야권 이사 6명은 지난 1일 성명에서 이에 대해 반문하며 “(방통위가) 초유의 무법 상태를 만들었다.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여야가 함께 참여해 신중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장, 부위원장이 취임 당일 몇 시간 만에 83명에 이르는 KBS·방문진 이사 지원자들을 심사해 선임한 건 요식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5인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대통령이 임명한 2인 방통위원만으로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을 밀어붙인 것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던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송요훈 전 아리랑국제방송 방송본부장, 송기원 MBC 저널리즘스쿨 전임교수는 1일 공영방송 이사 임명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효력 정지 신청을 내며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 총 83명에 대한 심사 시간이 1시간(후보자 1인당 42초가량)에 불과하는 등 밀실에서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심사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발의한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 위원장의 직무는 취임 사흘 만에 정지됐다. 탄핵안 처리 전 자진사퇴한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과 달리 헌재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진숙 위원장은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횡포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고, 대통령실은 2일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 것과 야당이 오물탄핵을 하는 것에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김태규 부위원장도 5일 “이즈음 되면 거의 탄핵의 희화화는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여론전에 가세했다.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오기 까지 최장 180일이 걸리는 가운데 야당 주도의 정치권 공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발에도 6일 방통위 현장 검증을 실시한 데 이어 오는 9일 국회에서 방송장악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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