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검찰, 정치인·언론인 통신기록 조회

정치권·언론단체 "전방위 사찰·불순한 의도"
검찰 "영장 받은 적법한 수사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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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검찰청. /뉴시스

이른바 '허위 인터뷰'를 공모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언론인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이들과 통화한 정치인과 언론인이 누구인지 들여다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치권과 언론단체는 '사찰'이라며 비판했고, 검찰은 적법한 수사절차라고 반박했다.

중앙지방검찰청은 4일 저녁 기자들에게 알림을 보내 "수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피의자 내지 핵심 참고인들의 통화내역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허가서(소위 '통신영장')를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보한 통신기록에는 "통화를 주고받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기재되어 있는 바, 영장 집행의 목적 달성을 위해"라며 "전화번호들의 '가입자'가 누구인지를 조회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영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정보는 피의자나 참고인이 연락을 주고받은 상대방과 언제, 얼마나 오래 통화했는지와 신호가 잡힌 기지국 위치다. 하지만 통화가 이뤄진 상대 전화번호가 누구의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는데, 이 때문에 검찰이 추가적인 자료 확보를 했다는 설명이다.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전화번호를 제시해 요청하면 해당 번호를 쓰는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영장 없이 알 수 있다. 통화내용은 알 수 없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 사실은 통신조회가 된 당사자들에게 2일 오후 알림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면서 드러났다. 다수의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7개월 전인 1월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수사 목적으로 정보를 조회했다고 안내 받았다. 발신 번호는 검찰청 신고번호인 1301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신조회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검찰은 "가입자 조회 결과 사건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통화 상대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도 조회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4일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치검찰이 수사를 빌미로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을 전방위로 사찰"했다며 "과거 군사정권이 안기부, 기무사를 앞세운 공안통치를 했다면 윤석열 정권은 검찰을 앞세운 사정정치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자유언론실천재단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새언론포럼·언론비상시국회의 등 원로언론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조회 대상자가 3000명에 달한다는 설도 있다"며 "통신이용자 정보에 포함된 주민등록번호 등 언론인의 개인정보를 DB화해 불순한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통신영장을 집행하여 분석을 실시한 것을 두고 ‘통신사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취득한 자료를 언제 어떻게 삭제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7개월이 지나 통지가 이뤄진 데 대해 검찰은 "단순한 수사 관련자의 지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통신 수사 중인 사실과 수사목적이 알려지면 피의자 등에게 그 내용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지유예하였다가 법정 통지유예 시한에 맞추어 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가입자 조회가 이뤄지면 30일 안에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법 규정에 따라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으면 2차례에 걸쳐 매번 3개월 이내 범위에서 통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7월 영장 집행 이후 통신사에 요청해 이뤄지는 추가적인 가입자 정보 획득은 "임의수사이고 강제처분에 적용되는 영장주의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후통지절차를 두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월 가입자 조회도 영장 발부가 필요하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통신자료 요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용자에 대한 통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적절한 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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