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취임 10시간 만에 방문진 이사 임명 강행

방통위, 방문진·KBS 여권 추천 이사들만 임명·추천
MBC 측 "날림, 꼼수, 부실, 위법의 결정판"

  • 페이스북
  • 트위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날인 31일 방송통위원회가 기습 전체회의를 열더니 방송문화진흥회, KBS 여권 추천 이사들만 임명·추천했다.

31일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방통위 제공

이날 방통위는 MBC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명과 감사 1명을 선임했다. 방문진 이사 정원은 9명인데 여권 추천 이사 6명만 임명한 것이다. 또 정원 11명의 KBS 이사 중엔 7명만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는 나머지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방침이다.

이날 방통위가 임명한 방문진 이사 6명은 모두 여권 성향 인사로 파악된다. 그동안 방통위는 관행상 여야 6대3(방문진·EBS), 7대4(KBS) 구성으로 이사를 선임·추천해왔다. 이번 선임으로 야권 이사가 다수를 차지했던 방문진은 여권 성향 이사로만 채워지게 된다. 방문진 이사진은 8월13일 임기를 시작하면 안형준 사장 등 MBC 경영진 교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방문진 이사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임무영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익범 법무법인 허브 대표변호사 등이다. 임기는 8월13일부터 3년이다. 방문진 감사로는 성보영 쿠무다SV 대표이사가 임명됐다.

KBS 이사는 방송법에 따라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추천된 KBS 이사는 △권순범 KBS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KBS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 부사장 △이인철 이인철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심위 상임위원 등이다. 임기는 9월1일부터 3년이다.

31일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또 다시 이진숙, 김태규 등 대통령 추천 몫 위원 2명으로만 구성된 채 이뤄진 주요 의결이다. 그간 ‘2인 체제’ 방통위의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을 반대해 온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 의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검토 등을 예고한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그야말로 밀실에서, 속전속결로 이뤄진 의결이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취임한 이날 오후 4시께 방통위는 홈페이지에 의사일정을 올려 당일 전체회의 개최를 알렸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방통위는 비공개로 진행된 제34차 회의를 열어 ‘KBS 이사 추천 방문진 이사 임명 관련 후보자 선정에 관한 건’과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임원 임명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지난 2021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서 진행됐던 서류전형 합격자 심사, 이사 지원자 면접 등의 절차는 생략됐다.

방통위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소집하고자 할 때 회의 2일 전 상정 안건을 위원들에게 통지해야 한다. 다만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시 예외로 두는 데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취임과 동시에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건 전례가 없다.

또 이날 방통위는 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3명과 방문진 공모 지원자 2명이 ‘방문진 임원 선임 계획에 관한 건’과 관련해 이진숙 위원장을 상대로 낸 기피신청은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각하했다. 한편 이진숙 위원장과 같은 날 대통령 추천 몫으로 임명된 김태규 상임위원은 이날 의결을 통해 부위원장으로 호선됐다.

MBC 관계자는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에 대해 “날림, 꼼수, 부실, 위법의 결정판”이라며 “MBC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여러 법적, 도덕적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