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5일, 이진숙 후보자가 2012년 MBC 재직 당시 위키트리와 계약을 맺고 회사에 유리한 내용의 ‘여론 조성 작업’을 시도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트로이컷’ 보안 프로그램을 통한 MBC 직원 불법 사찰 논란에 더해 이번 의혹을 두고 “한국의 괴벨스”라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경고가 나왔다.
이 후보자의 ‘여론 조성 작업’ 의혹은 고 이용마 MBC 기자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다. 2012년 MBC 총파업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이었던 고 이용마 기자는 “이진숙 당시 MBC 기획조정홍보본부장은 2012년 4~5월 공훈의 위키트리 당시 대표를 접촉해 ‘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트위터 등 SNS 게시물 등을 이용해 MBC 노조를 비방해 달라는 내용이다. MBC는 그 대가로 6000만원의 착수금과 함께 2012년 12월까지 매달 2000만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으로 한겨레21에 기고했다. 이후 공훈의 당시 위키트리 대표는 이진숙 후보자가 기획홍보본부장 시절 MBC노조 비방 거래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시사IN·뉴스타파·미디어오늘·오마이뉴스·한겨레 등으로 구성된 공동취재단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 과방위가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로이컷을 통해 내부를 정보를 수집·통제했고, (위키트리) 계약을 통해선 외부의 여론을 조작하려고 했다. 인정하느냐”고 이 후보자에게 질의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기관리계약을 맺었던 것”이라며 여론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그는 위키트리와의 계약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민노총 언론노조가 170일 MBC 사상 최장파업에 들어갔고, 일반 기업 같았으면 회사가 문을 닫고도 남을 시간”이라며 계약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자 “해당 파업은 대법원에서도 합법성을 인정한 파업이다. 그런데도 그 파업을 무력화하고 공격하기 위해서 거액을 들여서 용역을 통해 노조 파괴공작, 여론 형성을 불법적으로 한 것”이라는 이훈기 의원의 질타가 나왔다. 이훈기 의원은 이어 “계약 당사자인 공훈의 전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 와서 계약을 중도에 해지했다고 했는데 그럼 두 사람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거짓으로 확인되면 (후보자) 사퇴하실 거냐”고 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같은 건으로 질의한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파업으로 위기에 빠진 MBC를 위한 경영 활동 일환”이라는 일관된 주장에 “여론조작엔 여러 조건들 있다. 우호적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 조직 동원, 비용 투입 등인데 들어맞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으로 일한 3년 간 단 2건의 협찬 사업을 유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MBC 본부장,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자는 “모두 광고, 영업 유치를 위해 활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어젯밤 MBC 핵심 간부로부터 장문의 제보를 받았는데 광고주를 만나 광고를 따왔다는 (이 후보자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사장으로 3년간 딱 2번 협찬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MBC 사장으로 1년에 100번 넘게 서울로 출장 가서 법인카드를 흥청망청 썼다고 하는데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은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여권 이사 6명이라고 한다”며 “MBC의 감독권, 인사권을 가진 방문진 핵심 이사들을 상대로 청탁 로비를 한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정동영 의원은 이어 “이진숙 후보자에게 방통위원장 자리를 주기엔 너무나 사고방식이 너무나 위험하다. 한국의 괴벨스를 눈앞에 볼 수도 있다”며 본인은 극우가 아니라고 하지만 모조리 그 특징을 갖췄다. 5·18 폄훼에 공감하고, 세월호 참사를 폄훼했다.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흘렸고, 좌파 딱지를 붙인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선임 강행 의지와 MBC 경영진 교체 가능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MBC 보도를 두고 “특정 정치적 색깔이 유독 강하다는 부작용이 있다”며 “방통위원장 임명되면 불공정한 보도 관행, 고질적인 언론노조에 의한 편파 보도 바로잡겠느냐”는 질의에 나온 발언이다.
이 후보자는 “(언론사) 보도 방향성에 대해 직접 관여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경영진 선임은 방문진에 달려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정한 방식으로, 법과 규정에 따라 편향성을 시정할 수 있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자는 국회에 발의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견해를 묻는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방송을 방송인 품으로’라는 구호는 그럴듯 하지만 방송을 국민으로부터 빼앗아 가는 결과이고, 특정 집단에게 가져다주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훈기 의원이 여론 조성 작업 의혹 관련 질의를 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 후보자는 트로이컷을 통한 내부 사찰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으로 보이는 유인물을 양 손에 들고 사진 기자들의 촬영에 임해 한동안 인사청문회장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가 빗발쳤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후보자가 트로이컷이 아무것도 아닌 프로그램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2016년 대법원이 사찰 프로그램 설치한 MBC 정보콘텐츠실장은 벌금형을 확정했고 판결문에서 김재철 당시 MBC 사장, 이진숙 기획조정본부장 등은 공동 불법행위자로 규정했다”며 “이어지는 민사재판에서 이진숙, 김재철 등 당시 MBC 간부 4명에게 1865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이뤄졌다는 걸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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