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직원들 몰래 기습적으로 회의를 열고 연임했다는 비판에 대해 “112 범죄신고와 119 화재신고가 잠시라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저희도 하루라도 멈출 수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 노조는 위원장 호선 절차가 위법했고 급하게 처리할 일도 아니라고 맞받았다.
24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류 위원장은 급하게 위원장으로 호선된 이유를 묻는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디지털성범죄나 마약, 도박 등 불법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할 권한을 방심위가 행사할 수 없고, 따라서 위원장이 급히 필요했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그러면서 “어제(23일) 오후 대통령께서 새 위원 3인을 위촉했고 새 위원 3인과 기존 2인 5인이 모여 얘기하는 중간에 방심위 업무는 단 하루도 멈출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 있다(고 뜻을 모았다)”고 급히 회의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류 위원장 발언에 “방통위는 비교하자면 법무부고, 방심위는 구태여 비교하면 검찰과 같다”고 호응했다.
류 위원장은 23일 대부분이 퇴근한 저녁 6시50분 직원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회의실이 있는 방송회관 19층 출입문을 모두 잠그고 회의를 열었다. 내부 전산망에는 회의 시작 2분 뒤에야 회의 개최 사실이 공지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방심위 노조가 항의하며 퇴근길이 가로막히자 류 위원장은 급히 차도에 뛰어들어 택시를 잡아타고 떠났다.
경향신문은 25일 사설에서 “뭐가 그리 급한 것인가”라며 “(류 위원장을) 군사작전처럼 연임시킨 것은 또 한 번 편파·졸속·파행으로 점철된 방심위를 예고한 것일 수 있다”고 썼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인사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진행하게 돼 있는데 회의장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위원장 직무대행(여권 허연회 위원)이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주어진 규정과 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절차가 위법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5기 허연회, 김우석 위원이 6기 위원장을 호선한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두 위원은 5기 위원회가 출범한 2021년 당시 다른 위원보다 늦게 추천돼 다음 달 5일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최 위원장은 “류 위원장은 5기 위원입니까 6기 위원입니까. 5.5기 위원입니까?”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적 절차를 밟을지에 대해 “변호사와 좀 더 상담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호선이 과연 긴급한 사안인지 동의하지 않는다”며 “호선 외에 (회의 안건으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고, 어차피 오늘, 내일(25일) 청문회에 나와야 하는데 긴급하게 처리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류 위원장이 받는 ‘심의민원 사주’ 의혹에 위법이 있다면 조치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류 위원장이 친척, 가족을 동원해서 심의민원을 사주한 것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방심위 (제재) 결정이 위법사항이 있다면 재의결하거나 반송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위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방심위의 방송 제재 의결은 방통위가 넘겨받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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