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법인카드 단 1만원도 사적 사용한 적 없다"

국회 과방위, '경비 사용 현장 및 문서 검증 실시' 안건 의결
이진숙 대전MBC 사장 재직 당시 법인카드 내역의 현장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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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하나가 민노총 노조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실상 인사와 콘텐츠 제작 부분을 노조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MBC, KBS가 보도를 하면서 많은 청년들, 젊은 사람들이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을 한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자 지명 소감에서 “공영방송, 공영언론의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의 조직원”이라고 발언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언론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또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역사관, 이른바 ‘이태원참사 기획설’ 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에는 “건건이 답을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회피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진행한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이 후보자가 MBC 보도본부장, 대전MBC 사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이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으로 재임했던 2015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주말에만 전체 금액의 약 24%인 3400만원의 활동비 및 업무추진비를 지출했고, 또 30번에 걸쳐 주말 골프에 약 1530만원을 결제했다는 등의 의혹이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MBC의 법인카드 사용 기준을 보면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는 영수증은 처리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 후보자의) 사용 내역엔 단란주점, 노래방, 골프장도 있다”며 “업무를 위해서 노래방에, 단란주점에 가서 카드 써도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단란주점으로 돼 있는 부분은 말은 단란주점이지만 노래방”이라며 “업무상 목적 외에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또 그는 이후에 나온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모두 “사적으로 단 1만원도 쓴 적 없다. 세세한 내역까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모두 업무로 썼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2018년 1월 MBC 감사국은 이진숙 대전MBC 사장에게 연락을 취해 문자도 보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등기 내용 증명을 보냈는데 부재로 반송이 되어 사적 사용 의심 사례가 있었지만 특별감사가 진행되지 못해 밝히지 못했다”는 MBC 측의 입장을 전한 김현 민주당 의원은 “혹시 1만원이라도 허투루 쓰여 졌으면 후보자 자리를 내려놓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허투루 쓰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과거 이 후보자가 ‘촛불로 대표되는 좌파들의 행동은 멀쩡한 대통령으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갔다’ ‘MBC와 KBS는 이틀 전부터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면서 더 많은 청년들이 이태원으로 불러냈다’ 등의 페이스북 글을 올린 전적이 드러나 논란이 된 데 대해선 “정당인, 자연인으로 활동할 때의 글들이다.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며 철저히 중립성을 지키겠다”면서도 “정당인으로서 자연인으로서 그렇게 못할 말을 했다고 생각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상황, 역할이 바뀌면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굉장히 위험한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 같아 공인으로서 자격은 없어 보인다”는 조인철 민주당 의원의 우려가 나왔다.

이 후보자는 그가 5·18 폄훼가 담겨진 페이스북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이른바 좋아요 연좌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직에 임명이 된다면 소셜미디어에 좋아요 표시를 하는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다”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극우적 시각”이라는 의원들의 비판이 제기되자 이 후보자는 “극우는 반평등주의, 인종차별주의 폭력을 수반하는 개념”이라며 “극우라는 규정이야말로 대단히 위험하고 저에 대한 인신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70여명에 이르는 증인과 참고인이 채택된 가운데 이 후보자가 MBC 본부장 시절 이뤄진 ‘트로이컷’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한 직원 불법 사찰, 기자 부당 인사 등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참고인으로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이진숙 후보자가 당시 보도본부장을 맡게 되면서 의심할 만한 인사들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5월 MBC 파업이 한창일 때 트위터 상에서 김재철 전 사장의 법인카드 의혹을 적극 옹호했던 이진숙 당시 홍보국장과 한 4년 차 기자가 논전을 벌였다”며 “이때 논전을 벌인 기자는 파업 이후에 다시 복귀해 경인지사로 쫓겨났다가 법원에서 이겨서 최종적으로 기획 취재 부서로 돌아와 1년 간 취재 잘하고 있었는데 이진숙 보도본부장 취임 이후 갑자기 또다시 경인지사로 발령이 났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측에 가상 자산 거래 내역, 주식 거래 내역, 자녀 대학 특기 전형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추가로 요청했다.

또 과방위는 이진숙 대전MBC 사장 재직 당시 법인카드 내역 현장 검증을 위해 ‘경비 사용 현장 및 문서 검증 실시’ 안건을 의결했다. 과방위 위원들은 오는 27일 대전MBC를 방문한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용한 법인카드 접대비 사용내역, 가맹점별 업태, 주소 현황 등을 제출하라고 대전MBC에 요청했으나 대전MBC는 이 후보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를 하지 않아 제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 여부를 재차 물었으나 이 후보자는 “이런 식으로 저를 중상모략을 할 줄 알았다면 애시당초 법인카드 (내역) 제공에 동의를 안 해줬을 것”이라며 동의를 거부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이 정도에 중상모략이라고 하면 청문 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 아주 틀린 태도”라며 “국회의원의 질의를 중상모략이라고 표현한 내정자는 제 기억엔 없다. 단어 취소하고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저를 극우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위원장이 말씀을 해주시면 사과하겠다”며 설전을 벌이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단어 취소하고 사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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