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 가운데 하나인 동아일보는 남한의 비밀경찰이라는 ‘유령의 적’과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부터 주요 광고주들은 하나둘씩 예정된 광고를 돌연 취소하더니 마침내 광고 취소 통고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가 1975년 1월20일자에 실은 ‘한국 신문의 유령의 적’이라는 기사 한 대목이다.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1974년 10월24일 자유언론실천을 선언하자 박정희 정권은 광고주들을 압박해 동아일보에 광고를 못 싣게 했다. 그해 12월 중순부터 동아일보 지면에 광고가 사라지자 이를 채운 것은 시민들이었다.
“동아! 너마저 무릎 꿇는다면 진짜로 이민갈 거야”(이대 S생), “동아여 휘지 마라, 우리가 있다”(정신여고 졸업생 일동),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여백을 삽니다”(밥집 아줌마) 등 자유언론에 대한 염원과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소망이 광고란을 채웠다.
개인 이름의 격려광고는 원로언론인 홍종인 선생의 의견광고가 발단이었다. 홍종인은 1974년 12월30일자 동아일보 1면에 ‘언론자유와 기업의 자유’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어 “신문광고에 대한 강제해약은 심히 위험한 권력 자신의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1975년 새해부터 동아일보에 격려광고가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 1975년 1월에 게재된 격려광고는 2943건, 2월에는 5069건에 달했다.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준비위원회가 올해 10월24일 펴내는 ‘자유언론실천선언50년사’를 시민들의 격려광고로 제작한다. 50년 전 동아일보 광고탄압에 맞선 시민들의 격려광고를 본뜬 것이다.
조성호 준비위원장은 “50년 전 격려광고에 동참했던 분을 비롯해 개인과 단체, 회사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신정권과 맞서다 강제해직된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기자들, 이후 자유언론실천을 위해 살아온 언론인들을 응원하는 시민광고에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격려광고 참여 최소액은 5만원이며 7월31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문의는 자유언론실천재단(02-6101-1024)으로 하면 된다.
한편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를 비롯한 현업언론단체와 언론시민단체,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시니어 단체는 자유언론실천선언50주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50주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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