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침이슬' 김민기 별세에 사설로 명복 빌어

"늘 푸르렀던 김민기, 우리 마음을 지킨 '뒷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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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학전 대표인 고 김민기씨의 빈소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고인은 노래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했으며, 1991년 대학로에 극단 학전을 설립해 운영했다. /학전 제공

한겨레신문이 21일 향년 73세로 별세한 김민기 학전 대표의 명복을 비는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23일 <늘 푸르렀던 김민기, 우리 마음을 지킨 ‘뒷것’이었다> 사설에서 김민기가 떠나면서 “한 시대가 저물었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은 “시대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품고, 남들은 못하거나 피하는 궂은일을 부지런히 좇느라 몸이 일찍 다 닮아버린 탓일게다. 그가 스스로 진 많은 짐 가운데 하나도 제대로 덜어주지 못한 우리는, 마냥 미안하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은 “사람들은 그를 ‘아침 이슬’이라 부를 것”이라며 “이 노래는 1971년 첫 음반이 나오자마자 압수당하고 금지곡이 되어 그에게 큰 시련을 안겼다. 하지만 군사독재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1987년 ‘6월 항쟁’ 때 거리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였고, 2008년과 2016년 촛불집회 광장에서 사람들은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고 했다.

또 “사람들은 그를 ‘학전’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를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사설은 “1991년 그가 대학로에 세운 소극장 학전과 극단 학전은 대학로 공연 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인 ‘지하철 1호선’은 1994년부터 2023년까지 8천회 넘게 공연하며, 뛰어난 연기자들을 배출해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신문 7월23일자 사설

한겨레 사설은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며 “권력의 탄압으로 가수와 작곡가로서 일할 수 없었던 젊은 날, 그는 생계를 위해 공장과 탄광에서 일했”고 “낙향해 농사를 짓기도 했”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상록수’를 작곡하고,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담은 마당극 ‘아구’와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만들며 시대와 호흡했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은 “어떤 이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기둥이 되고, 마음에 위로가 된다”면서 “엄혹했던 시대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받쳐준 ‘뒷것’ 김민기도 그런 사람이었다. 늘 푸르렀던 사람, 그가 떠난 자리가 너무도 황량해 우린 한동안 몸살을 앓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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