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사진기자 '오래 있다'며 강퇴 조치

방청신청 후 전체회의 취재하던 한겨레 기자
진실화해위 사무처 관계자 "규정 위반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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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전체회의를 취재하던 한겨레 사진기자가 회의장에 “오래 있다”는 이유로 김광동 위원장에 의해 강제퇴장 당했다. 이 기자는 절차에 따라 방청 신청을 하고 사진 촬영 중이었고, 진실화해위 사무처 관계자도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위원장이 강제로 퇴장을 요구해 비판을 사고 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7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개로 진행된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는 황인수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에 대한 보고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황 국장은 최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석달윤 등 간첩조작의혹사건’에 대해 ‘조작이 아니’라고 하고,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과 군경에 의한 희생 사건의 숫자를 맞추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6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회 변장 출석’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한겨레 사진기자는 황인수 국장이 해당 사안에 대해 보고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차였다. 회의가 50여분 지나던 때, 김광동 위원장은 회의 진행 도중 기자를 향해 “소속이 어디시냐”고 물었다. “한겨레”라는 답을 듣자 김 위원장은 “지금 회의 시간이 1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사진을 찍고 있느냐”며 어떤 사진 촬영을 하려는 건지 재차 물었다. 해당 기자는 “보고자들이 안건 보고하는 모습을 찍어 달라 요청 받았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어느 기자가 1시간 넘게 회의실에서 사진을 찍느냐. 나가라”고 했다.

회의실로 들어온 사무처 관계자가 “오늘은 공개 보고 안건이라 따로 퇴장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음에도 김 위원장은 계속해 기자에게 “나가라”고 요구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이기도 한 차기환 진화위 위원도 김 위원장의 요구를 거들었다. 해당 기자가 퇴장하고 있지 않자 차 위원은 “위원장이 나가라면 나가야지 뭘 서 있느냐”고 말했다. 결국 해당 기자는 사무처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회의장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7월12일 연합뉴스TV <마스크 착용한 진실화해위 국장, 행안위서 또 퇴장당해> 보도 화면 캡쳐.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퇴장 조치 요구에 대한 야당 추천 위원들의 비판도 나왔다. 이상희 위원은 “위원장 회의 주재 권한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제지를 하고 조치를 취하면 되지 그렇게 면박을 주면서 화를 내는 건 적절하지 않고 이 자리에 있는 위원으로서도 불쾌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기자가 진실화해위가 정한 규정대로 취재 신청을 했음에도 촬영을 막는 건 엄연한 취재 방해다. 또 김 위원장의 기자 강제 퇴장 조치를 두고 회의 진행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한겨레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전체위원회 참관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한겨레는 황인수 국장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내고 보고하는 과정을 유일하게 촬영한 매체”라며 “위원장이 황 국장을 보호하려고 내보낸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황인수 국장이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나자,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한겨레 기사를 보여주며 “이렇게 공개됐는데 국회에서 (얼굴 공개를) 거부하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이에 황 국장은 “한겨레신문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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