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기자 단톡방 성희롱 가담자' 징계위 연다

[여성기자협 등 언론계 규탄 잇따라]
기자·정치인 포함 8명 이상 피해
해당 매체들, 해고·징계 등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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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019년에 이어 또다시 남성 기자들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불거져 언론계 전반에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같은 취재현장에서 일하는 동료 여성 기자는 물론 남성 기자, 여성 정치인 등이 성희롱 대상이 됐다. 강력한 징계와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재발 방지를 위한 보다 확실하고 실효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7일 국회와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남성 기자 3명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에서 동료 여성 기자 등을 성희롱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외모 품평, 성적인 조롱과 욕설 등이 포함됐으며, 피해자는 남녀 기자와 여성 정치인 등 8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 주최 여성 회원 풋살대회 경기 모습을 두고 참가자들을 성희롱한 발언 등도 확인됐다.

보도가 나간 뒤 각 사는 해당 기자들의 업무를 즉각 정지했고, 서울신문은 다음 날 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을 결정했다. 뉴스핌과 이데일리 기자는 사표를 냈다. 그러나 뉴스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를 결정했다. 이데일리는 사표 수리를 보류한 채 징계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또한 3일 오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언론계에선 규탄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국여성기자협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어 “강한 분노와 깊은 우려”를 표했다. 여성기자협회는 “피해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여성 기자를 동료가 아닌 성적대상으로 여기는 행위가 용인되지 않도록 소속 회사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촉구”했다.
풋살대회에 참가했던 기자들도 전체 29개 팀 공동명의로 성명을 내고 가해 기자 3인방의 공개 사과와 사측의 강력 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가 필드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려 뛰는 동안 응원하리라 믿었던 동료 기자가 이런 저열한 생각을 갖고, 표현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라며 “한마음으로 분노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도 1일 성명에서 “저열한 성차별적 인식 수준을 넘어 사실상 범죄”라고 사안의 성격을 규정하며 “언론계의 젠더 무감성, 그리고 저널리즘의 윤리 부재가 낳은 참사”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성희롱 예방 및 성평등 교육 강화”와 조직문화 점검을 통한 구조 개선 등의 노력을 촉구했다.


각 사도 재발 방지 약속 등을 내놨다. 서울신문은 “성인지 교육 등 예방에 힘쓰겠다”고 밝혔고, 뉴스핌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각심을 전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사내 성희롱 예방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데일리는 △부적절한 SNS 대화방 참여 금지 △성희롱·성차별적 언행 금지 등이 포함된 윤리 강령에 대해 전 기자들에게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언론사 자율에만 맡겨서는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2017년, 2019년 비슷한 일들이 있었고 이후 잠깐 자성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구조적으로 바뀐 건 하나도 없다”며 “실제로 어떻게 바꿔내야 하고 이를 강제할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이숙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사 조직 내 성인지 감수성을 비롯한 인권 감수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수습기자 교육이나 기자 재교육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조직 내적, 외적으로 변화하려면 강제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면서 “기자협회나 언론진흥재단 등 언론 유관 단체에서 문제가 반복되는 언론사에 페널티를 주는 식의 외부적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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