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서울대·세명대… 언론인 '전액 장학금' 재교육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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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를 재교육하는 정규 석사학위 과정이 대학에 들어서고 있다. 언론의 신뢰 회복과 수준 향상을 위해 전문직주의에 걸맞은 저널리즘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에서다. 기존 언론대학원과 달리 실무 역량을 높이겠다는 목표인데 언론인 출신 교수진을 대폭 확보하고 실습 교육이 확대돼야 하는 과제도 남는다.

고려대는 기존 일반대학원 저널리즘 전공과 별도로 ‘크림슨 저널리즘’ 전공을 개설했다. 경력 만 3년이 넘는 현직 기자 10여 명을 선발하는데 지난달 19일 원서 접수가 마감돼 지원자 30명이 몰렸다. 다섯 학기 동안 평일 야간에 수업하며 한 학기 수업료 600여만원은 전액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교과목은 미디어윤리, 취재보도의 이론과 실제, 탐사기획보도, 팩트체크·인공지능·데이터 저널리즘 등으로 실무 중심이다. 박재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엉겁결에 기자가 돼 야단 맞아가며 일을 배우지만 현직이 돼도 여전히 잘 모른다”며 “생애 처음으로 저널리즘 교육을 받는 셈인데 현장 경험을 가지고 공부하면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과목을 맡을 외부 강사를 서넛 확보했지만 강의식 교육으로 실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미국식 저널리즘스쿨이 되려면 앉아서 강의 듣는 형태가 아니라 현업 출신 교수가 데스크 역할을 맡아 기사 작성을 시키고 학점을 줘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전임교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도 ‘저널리즘혁신학과’를 만들어 가을학기 신입생을 모집한다. 기자, PD 10여 명을 선발한다. 8일부터 18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매 학기 수강생 3분의 1이 수업료 300여만원 전액을 면제받는다. 나머지는 수업료 60%가 장학금으로 주어진다.

2008년부터 예비 언론인을 대상으로 실습 중심의 석사 과정을 교육한 세명대는 현직자 재교육에도 실습을 졸업 필수 과목으로 반영했다. 담당교수의 지도를 받아 졸업 전 심층보도를 만들어야 하고 소속 언론사나 대학원에서 설립한 매체인 단비뉴스에 보도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미 같은 교육인 ‘기획탐사디플로마’를 맡아 운영해 온 세명대는 현직 언론인의 실습교육 수요가 높다고 보고 있다.

제정임 저널리즘대학원장은 “한창 일해야 하는 젊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인공지능 활용 보도와 해외취재 방법론 등 과목을 갖췄다”며 “교수 9명 중 8명이 최소 14년 이상 일한 데스크 경력을 갖춘 언론인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이규연 전 JTBC 대표도 특임교수로 영입돼 탐사보도 과목을 맡는다.

대학원이 충청북도 제천시에 위치해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제 원장은 “온라인 교육이지만 일 대 일 지도 방식이고 실습과 동료와 협업도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학원 과정보다 오히려 상호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기관에서 전담하는 기자 재교육은 높은 수요를 보여 왔다. 언론재단의 ‘2021년 언론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00여명 중 61.5%가 저널리즘 전문 대학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51.6%는 실제 진학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언론재단이 갖가지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단기적인 데다 기술 중심 교육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서울대도 현직자 재교육 석사 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 대상에는 예비 언론인도 포함된다. 내년 상반기 개원을 목표했지만 예산 확보 문제로 일정을 늦추고 있다. 학비 없이 전액 장학금으로 교육하고 실습매체를 만들어 강의보다 실습에 교육 중심을 두겠다는 구상이다.

설립을 추진하는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독립된 별도의 건물을 짓고 몇 개 층은 아예 편집국으로 만들려 한다”며 “첨단 취재기법과 새로운 보도 방법을 실험하면서 실습을 병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언론계가 이제는 재교육 필요성을 인지하고 공감대를 이뤘다”며 “교육과 연구, 산업이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 옛날 방식대로 도제식 교육을 하고 기사를 만들면 인력 유출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교육 형태가 전국의 대학으로 확산해야 침체한 언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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