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리라 믿었던 동료 기자가 성희롱, 실로 충격적"

한국기자협회 풋살대회 참가 기자 340명
남성 기자들 '단톡방 성희롱' 공동 규탄성명
여성기자협 "강한 분노와 깊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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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기자들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규탄하고 강력한 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여성기자협회가 “강한 분노와 깊은 우려”를 표했고, 풋살대회에 참가했던 여성 기자들도 자신들의 몸이 “성적 대상화”되고 “저열한” 모욕의 대상이 된 데 대해 “한마음으로 분노”하며 강력한 징계를 요구했다.

여성기자협회는 6월28일 성명을 내고 동료 기자와 여성 정치인 등을 성희롱한 남성 기자들의 행위는 “개인의 품격과 존엄을 훼손한 명백한 인권침해로 사회적으로 용인받을 수 없”고 “특히 취재현장에서 함께 뛰는 동료 기자와 취재원을 성희롱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마땅히 지켜야 할 기자 윤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여성기자를 동료가 아닌 성적대상으로 여기는 행위가 용인되지 않도록 소속 회사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촉구”한 협회는 “침묵이나 방조는 비슷한 일이 반복되게 만드는 또 다른 가해행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이 마땅한 보호를 받아 어떠한 경우에도 2차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제2회 한국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 4강전에 진출한 CBS와 오마이뉴스의 승부차기 장면. /한국기자협회

지난 5~6월 한국기자협회 주최 여성 회원 풋살대회에 참가했던 29개 팀 340명의 기자들도 공동명의의 성명을 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단톡방에선 풋살대회 경기 사진을 두고 여성의 신체적 특성과 경기력을 결부 짓는 성희롱 발언을 하며 특정 기자를 언급하거나 외모 품평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풋살대회 참가자들은 “이날 최선을 다해 뛴 한 명의 선수이자 기자 동료로서, 동료 여성 기자들에게 가해진 이 같은 모욕에 한마음으로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여성이 아닌 기자로 취재현장을 뛰었다. 필드 위에서도 한 명의 선수로서 운동장을 뛰었다. 그러나 원치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몸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대상화되었다”면서 “우리가 필드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려 뛰는 동안 응원하리라 믿었던 동료 기자가 이런 저열한 생각을 갖고, 표현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라고 했다. 단톡방에 참여한 기자 중엔 풋살대회 참가팀인 서울신문과 이데일리 소속 기자도 있다.

이어 “문제의 단톡방 대화 내용은 명백한 성희롱일 뿐 아니라, 모욕죄 성립이 가능한 심각한 사안”이라며 “사적인 대화라는 변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톡방에 참여한 기자 3인방의 공개 사과와 소속 언론사의 강력한 징계 조처를 요구했다. 대회를 주최한 한국기자협회에도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 조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혹여라도 내년 대회에 참가하려는 기자들이 조금이라도 참가를 망설이게 되진 않을지 우려스럽다”면서 “여성 기자 풋살대회를 앞으로도 쭉 건강하고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지켜내려면 이번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모든 기관이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6월27일 미디어오늘 보도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알려진 뒤 각 언론사는 해당 기자의 업무를 정지하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신문은 하루만인 28일 해임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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