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62)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취재할 때 취재원의 표정을 유심히 살핍니다. 말보다 표정에서 보여주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자리에서 표정이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입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시종일관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의 관자놀이 위의 핏줄은 강하게 서있었고, 연신 헛기침을 했습니다. 온몸이 경직되어 보였고, 종종 어금니를 꽉 깨물기도 했죠. 어깨를 맞대고 함께 취재하던 다른 선배들과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단 말이 오갈 정도였습니다. 증인 선서의 순서에서 그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발언대에 서서 증인 선서를 하지 않은 이유를 소명할 때, 그의 표정이 진하게 남습니다. 증언은 하지만 증인선서는 거부하겠다는 그의 주장은 그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의 경직되고 불안한 눈빛을 보았을 때, 그 권리가 과연 정당하고 정직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박정훈 대령과 같은 군복을 입고 나란히 앉은 그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앞으로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할 수 있기를, 그 불안에서 조금은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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