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위법-적법' 논쟁, PD수첩 과징금 소송 쟁점 떠올라

[MBC PD수첩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
MBC "2인 결정 위법"… 방통위 "2명 의결해도 적법"
재판부 "법 명확하지 않아 해석 여지… 근거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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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으로 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의 취소를 다투는 소송에서도 2인 체제로 운영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위법성이 쟁점이 됐다. 2인 방통위의 결정이 위법이라는 MBC의 주장에 방통위 측은 재적위원이 몇 명이든 과반이 의결하면 된다는 논리로 맞섰다. 재판부는 위원이 몇 명이 돼야 합법이거나 위법이겠느냐며 양측에 추가 입증을 요구했다.

2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방통위 측은 방통위법상 ‘재적위원’의 뜻이 방통위의 ‘정원’이 아닌 ‘현재원’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법은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으니 위원이 몇 명이 됐든 과반이 의결하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통위 정원은 5명이지만 국회 몫을 제외하고 대통령 몫으로 임명한 2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2년 3월8일 방송된 MBC 'PD수첩'.

방통위 측은 또 법상 2명 이상 위원이 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어 단 2명이 회의하고 의결해도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의 소집은 위원장 단독으로도 가능하고, 소집 이후 실제로 회의를 진행하려면 몇 명이 출석해야 하는지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주영 부장판사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위원이 1명만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방통위와 MBC 양측에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입증을 요구했다. 이 부장판사는 “정원이 다 있어야만 할지, 결원이 허용된다면 몇 명까지 된다는 것인지 법이 명확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유사한 법령이나 판례를 찾아 쌍방이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은 두 차례 지적됐다. 지난해 12월20일 서울고등법원 제6-2행정부는 “방통위는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함으로써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며 위원 단 2명의 결정은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방통위가 자신을 해임하고 후임 김성근 이사 임명을 집행정지해 달라고 한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23일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며 위법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궁극적으로 본안에서 판단할 부분”이라며 언론노조 YTN지부와 YTN 우리사주조합의 청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임시 처분에 해당하는 집행정지 사건을 넘어서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에 대한 명확한 판례는 아직 나오지는 않은 셈이다.

앞서 MBC PD수첩은 대선을 하루 앞둔 2022년 3월8일 50분 길이 프로그램 중 1분 12초 정도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1월13일 PD수첩에 과징금 15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대장동 의혹 윤석열 몸통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가짜뉴스가 재생산되는 데 동조해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를 등한시”했고 방송 이후 녹취록이 편집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정정보도 등을 하지 않아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다만 방송 분량 대부분이 후보들의 정책을 분석하는 내용이고 ‘뉴스데스크’처럼 메인 보도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 고려돼 과징금 액수가 기준 금액 3000만원에서 절반으로 삭감됐다. PD수첩보다 하루 앞서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는 리포트를 4꼭지나 연속보도했다며 가중된 과징금 4500만원이 결정됐다.

재판부는 9월5일 변론기일을 한 차례 더 연 뒤 판결하겠다고 예고했다. 뉴스데스크에 내려진 과징금 처분에 대한 소송은 서울행정법원 다른 재판부에 배당돼 9월6일 첫 변론기일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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