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애완견 발언, 언론전체 비판으로 오해" 유감 표명

발언 닷새 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 "저급한 언론관·막말" 사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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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판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모든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매도하는 발언에 대한 언론계 우려와 함께 발언의 파장이 확산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기소에 대해 “있을 수 없는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며 언론이 대북송금 사건 수사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지난 12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제3자 뇌물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원지검 기소로 이 대표가 받아야 하는 재판은 모두 4개로 늘어났다.


이 대표는 “동일한 사건을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는데, 왜 이런 점은 지적하지 않느냐”면서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여러분이 왜 보호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 주장대로 검찰 정보를 받아 왜곡·조작하는 언론이 있다면 근거를 대고 문제 삼으면 될 일인데 적대적 언어로 모든 언론을 혐오하고 나아가 “왜 보호받아야 하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언론을 겁박하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언론 보도를 비판하려면 언론이 어떤 부분을 왜곡·조작했는지 정확하게 짚어야 하는데, 감정적인 언어로 언론을 적대시하는 것은 지지층을 의식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대다수 언론인이 감시견으로서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론직필에 늘 감사한 마음”이라며 자신의 발언은 일부 언론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일부 언론의 명백하고 심각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애완견 행태 비판을 전체 언론에 대한 근거 없고 부당한 비판인양 변질시키는 것도 매우 안타깝다”며 “그런 식이면 어떤 성찰도 자정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검찰 애완견’ 발언 후폭풍은 언론인 출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언론을 조롱하고 나서면서 더욱 커졌다. “‘기레기’라고 말하지 왜 격조 높게 애완견이냐”(양문석 의원) 같은 언론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까지 쏟아졌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가 17일 성명에서 “제1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 공공연하게 언론을 적대시하는 상황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고, 언론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망발”이라며 사과를 요구한 이유다.


양문석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검찰 출입 쓰레기들은 기레기도 아니고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 못 가리고 그냥 발작증세를 일으킨다”고 썼다. 노종면 의원도 페이스북에 “권력이 주문하는 대로 받아쓰고 권력에 유리하게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언론을 학계에서도, 언론에서도 ‘애완견’(랩도그·Lapdog)이라 부른다”고 했다.


언론을 향한 정치인의 혐오 발언은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부추기는 무책임한 행위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 입법, 사법기구 등 민주주의 기구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언론을 향한 정치인 혐오 발언이 거칠어질수록 시민들의 언론 혐오는 심화하고, 언론에 대한 혐오는 다시 부메랑처럼 다른 민주주의 기구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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