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온라인 기사·유튜브 채널 심의규정 개정 철회

'어린이·청소년 보호' 규정 대신 삽입
외부 전문가 위원 비판 부딪혀 수정
"의미없는 내용"... "졸속·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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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와 온라인 기사까지 심의하려는 근거 마련 시도를 철회했다. 개정안에는 ‘어린이·청소년 보호’ 내용이 대신 들어갔지만 애초 의도한 온라인 심의가 어려워지자 실효성 없는 내용을 만들어 넣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심위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온라인 심의 근거를 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안을 위원들에게 보고했다. 방심위는 3월 유튜브 등을 뜻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인터넷신문’까지 심의 범위를 넓힌 개정안 초안을 작성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방심위는 언론보도 심의의 경우 방송 분야만 벌점을 매겨 제재하고, 인터넷 분야에서는 불법·유해 게시물을 아예 삭제한다. 만약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와 기사를 인터넷 분야로 끌어와 심의할 근거를 만들면 방심위가 기사를 임의로 삭제하는 등 검열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큰 상태였다.

방심위가 공개한 개정안에는 ‘최소규제의 원칙’, ‘신속성의 원칙’과 함께 심의의 기본원칙으로 ‘아동·청소년 보호의 원칙’이 추가됐다. 또 권리침해 정보의 유형에 타인의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거나 합성, 가공하는 형태가 명시됐다.

야권 김유진 위원은 “심의규정 개정 목표가 인터넷 언론 심의를 가능하게 하는 개악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이 내용이 빠져 한편으로 다행이지만 정당성 없는 졸속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육지책으로 그럴 듯한 명분으로 넣은 내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작성해 '통신심의 제도 연구반' 외부 전문가 위원들에게 배부한 회의자료. 방심위가 온라인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한 근거 규정 초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류희림 위원장은 “몇 달 동안 전문가 그룹이 논의한 것을 어떻게 졸속이라고 하느냐”며 “다양한 이슈를 놓고서 사전회의를 오랫동안 했고 선택한 것이 지금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심위는 일찌감치 지난해 11월부터 언론사 온라인 기사 심의를 목표에 두고 규정 개정을 추진해 왔다. 3월에는 학계와 언론계 등 전문가 5명을 외부 위원으로 위촉해 ‘통신심의 제도 연구반’을 만들었다. 방심위는 전문가 위원들에게 초안을 제시했지만 언론 자유를 훼손해 부적절하다며 강한 비판에 부딪혔다.

결국 방심위는 4월12일, 개정안 준비 막바지 시점에서야 온라인 심의 내용을 모두 덜어내고 아동·청소년 보호를 새로 넣었다. 한 전문가 위원은 기자협회보에 “현행 규정에서 실질적으로 달라질 게 전혀 없는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청소년 유해 정보는 정보통신망법 규정에 따라 지금도 방심위가 제재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위원들은 이런 것보다 자의적인 적용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지금 규정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공감했었다”며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어쩔 수 없이 방심위가 만들어 온 원안대로 해주자고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13일에서야 추진 상황이 방심위원들에게 처음으로 보고됐다. 이때도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목적은 보고되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허위조작 콘텐츠” 사례로 지목하고 이를 막으려면 “방송·통신 융합적 환경에 맞게, 심의 규정 개정이 혁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방심위는 1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이번 개정안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입안예고한다. 이 기간 의견수렴을 거친 이후 전체회의를 열고 최종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5기 방심위 임기는 다음 달 22일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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