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서 기자가 신변 걱정해야 하는 현실, 두렵고 무섭다"
한국기자협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 '황상무 해임 촉구' 긴급 기자회견
"대통령은 언론인 상대로 테러 협박한 황상무 수석 즉시 해임하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MBC 등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인을 상대로 한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을 두고 언론현업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황 수석 해임을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에 발린 몇 마디 사과로 주권자인 시민과 언론을 상대로 테러 협박을 늘어놓은 황상무 수석의 자리를 보전해 주겠다면 우리는 황 수석의 테러 협박에 윤석열 대통령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계 전체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황 수석의 사과가 아니라 인사권자 윤석열 대통령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황상무 수석은 지난 14일 출입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며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해당 사건은 1988년 당시 군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오홍근 중앙경제신문(중앙일보 자매지) 사회부장이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에게 흉기로 테러를 당한 일이다.
해당 발언 직후 MBC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 등을 비롯한 언론현업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황상무 수석은 이틀 만에 ‘사과 말씀 드립니다’ 제하의 본인 명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황 수석은 입장문에서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또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덧붙이며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은 밝히진 않았다.
대통령실도 18일 황상무 수석 발언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며 “특히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대통령실의 입장은 황상무 수석의 인식과 발언을 윤석열 대통령이 문제적 인식을 똑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 언론은 테러의 대상인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 오홍근 기자의 고통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진보, 보수를 넘어서서 조선일보부터 한겨례까지 모든 언론들이 입장을 내고 있다”며 “이념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민주주의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황상무 수석은 언론인 경력을 가지고 있고, 민주화, 언론자유의 역정을 누구보다 깊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자리에 있던 사람이다. 언론 자유와 민주화 역정에 대한 가치를 존중해 달라”며 “유족에 대해 석고대죄 하라. 그리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이번 황상무 수석의 발언을 통해 이 정권은 왜 언론을 이렇게 대하는지 알게 됐다”며 “바로 밉보이면 우리가 손봐줄 수 있다는 살기 어린 의도를 품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서 기자를 한다는 게 자기의 신변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 두렵고 무섭다”며 “이미 언론계 현장에서는 현 정부가 총선 이후 본격적인 방송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걱정과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방송을 정말로 장악할 의도가 없다면 입증해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황 수석 해임”이라고 덧붙였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도 기자회견에서 “황 수석은 과거의 사례라고, 농담이라고 발언하며 아무렇지 않은 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듣고 부딪히는 언론인 모두에게는 우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거대한 탄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2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 테러 사건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테러 사건은 정치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 언어들로 인해 일어났다. 이제는 정권을 비판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들, 국민 모두에게 확대되어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며 “그렇기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6개 언론현업단체는 기자회견 직후 경찰을 통해 기자회견문 내용이 담긴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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