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큐 불방 KBS, 유가족도 안 만났다

박민 사장, 유가족 면담 끝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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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 무산과 관련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대화를 요청했지만 박민 KBS 사장은 끝내 면담을 거부했다.


지난 26일 KBS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KBS 사장 면담 요청에 대한 공문에서 “편성 등 관련 사항은 편성책임자가 최종 결정할 사안으로 방송법 제4조제2항에 의해 ‘방송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며 “이에 따라 협의회에서 요청한 KBS 사장과의 면담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KBS 박민 사장의 면담이 불발된 직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방영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또 KBS는 “27일 편성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 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TV편성위원회에서 ‘다큐인사이트’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 회의에서 KBS 제작본부 책임자인 제작본부장은 다큐인사이트 방송 편성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실무자 대표와도 구체적 논의가 이뤄진다”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4·10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4월18일 방영 예정으로 다큐인사이트 제작진이 제작하고 있던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를 6월 이후로 다른 재난들과 엮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시리즈로 만들라고 통보했다. 4월 방영을 요구하는 KBS 시사교양 PD들의 기수별 릴레이 성명이 이어지는 등 안팎의 반발이 쏟아진 가운데 이 본부장은 지난 21일 제작 중단 지시까지 내리며 결국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는 불방 결정됐다.


지난 20일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KBS 시청자센터 권익보호팀과 사전 조율을 통해 KBS를 찾았지만, 박민 사장과의 면담은 불발됐다. 이날도 KBS 사측은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 여부에 대한 유가족 질의에 “최종 결정은 27일 열리는 TV편성위원회에서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 편성규약에 명시된 편성위원회 기능엔 제작·편성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은 없어 “사실상 시간 끌기 아니냐”는 KBS 구성원의 질타가 나왔다.


이날 면담 직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방영 촉구’ 기자회견에서 다큐인사이트 소속 조애진 PD는 “TV편성위원회는 편성규약 안에서 제작 자율성 침해 등 사안이 발생했을 때 사후적으로 논의를 하는 노사 기구”라며 “이미 제작진은 어제 오후 이제원 제작본부장으로부터 방송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고 뭉개는 것인지, 제작을 책임지는 제작본부장이 할 수 있는 답변인지 너무나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사측이 “다큐인사인트 편성 관련 제작본부장의 입장을 밝힌다”고 공언한 27일 TV편성위원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민 사장의 면담 거부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어 “편성위원회 또한 이제원 본부장을 비롯한 사측이 현재 안건 제목에서 ‘세월호 10주기’를 빼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해 파행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어 KBS본부는 “지난주에는 면담 일정도 제대로 정하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회사로 오게 해 능욕을 하더니, 이제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방송법, 편성의 자유를 거론하며 면담을 거부해 또 한 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낙하산 박 사장의 태도에 환멸을 느낀다”며 “국민들은 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가 4월에 나갈 수 없는 것이냐고, 도대체 총선과 무슨 상관이냐고 끊임 없이 공영방송에 질문하고 있다. 박 사장은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 응당 이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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