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KBS 녹화 대담…주요 일간지 "내용·형식 모두 미흡"

사흘 전 녹화해 100분 분량으로 방영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엔 尹 "정치공작"
언론노조 "군사독재 시절 이후 최악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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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가 지난 7일 밤 KBS을 통해 방영됐다. 사흘 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녹화된 이날 대담은 100분 분량으로 편집돼 중계됐다. 대담에 출연한 윤 대통령은 진행을 맡은 박장범 KBS 앵커의 질문에 답하며 최근 논란이 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입장과 국정 운영 방향 등을 밝혔다.

이번 대담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문제가 지난해 11월 불거진 이후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한 첫 공식 입장 표명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많은 관심이 쏠렸다.

대담에서 박 앵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며 “당선 이후, 대통령의 부인 상태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검증되지 않은 사람, 더구나 시계에 몰래카메라를 장착한 전자기기를 가지고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에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26년간 사정 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남아있기에 저라면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런 여러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되고, 아쉬운 점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여당에서는 이 사안을 정치공작이라고 부르면서 김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양이 됐다고 얘기한다. 동의하냐”는 박 앵커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 지나서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8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전날 대담 내용을 여러 면에 할애해 보도하면서 윤 대통령의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문제 관련 입장을 1면 헤드라인으로 뽑아 집중적으로 다뤘다. 보도와 사설을 통해 대담 내용과 형식을 평가한 대부분의 종합일간지들은 윤 대통령이 명품가방 의혹에 “아쉽다”고는 했지만 사과 발언은 하지 않은 점을 짚어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문제를 두고 밝힌 입장은 김 여사를 ‘정치공작’ 피해자로 규정하고 대처과정의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요약된다. 명시적 사과나 유감 표명, 명백한 진상규명 의지는 없었다”며 “법 위반 논란을 ‘매정하게 끊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로 설명한 것이다. 김 여사의 사과를 바라는 여론과는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면서 비난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尹 대통령 신년 녹화대담, 내용도 형식도 ‘많이 아쉽다’> 사설에서 “’아쉽다‘거나 ’대통령 부부가 누군가에게 박절하게 대하는 게 어렵다‘는 말 정도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지 않나”며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배우자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한 이번 대담은 국민적 우려를 말끔하게 씻을 수 있도록 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명품가방 의혹 관련이 입장이 미흡하다고 봤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 명품백 해명, 국민 우려 해소엔 미흡했다>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해명이 대체로 솔직하긴 했지만, 국민들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기엔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선 윤 대통령은 명품백 수수에 대해 명확한 표현으로 유감과 사과를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여사의 억울한 사정을 설명하는 데 더 비중을 두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했다.

대담 형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내용·형식 미흡 尹 대담, ‘앞으로 조심’ 약속이라도 지켜야> 사설에서 “대담이라는 형식이 적절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생방송도 아니고 지난 4일 녹화한 방송이었다. 두 시간을 100분으로 편집했다고 한다.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사전 조율은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에도, 촘촘히 기획된 국정 홍보영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이어간 대담에선 ‘송곳 질문’은 많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나 ‘당무 개입 논란’ 등이 질문 소재로 오르긴 했지만 윤 대통령의 미진한 답변에도 날카로운 후속 질문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도 <진정성에도 내용·형식이 아쉬웠던 尹 대통령 신년 대담> 사설에서 “2년째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공영방송 대담에 그친 건 안타깝다. 그것도 1월을 넘긴 시점에, 생중계를 통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아닌 사흘 전 촬영한 녹화방송”이라며 “윤 대통령은 작년에도 신년 회견을 조선일보 인터뷰로 대체해 소통 방식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집무실 이곳저곳을 오가며 진행된 탓에 집중적인 질의응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통령 부친이 물려준 책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물, 백안관 노래 등을 통해 대통령의 감성적 면모를 부각하는 영상 편집이 중간 중간 등장했다. 왜 녹화 후 사흘 뒤에야 공개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며 “이번 대담은 국민이 듣고 싶거나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히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주로 전달한 셈이 됐다. 또 대통령의 생각과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평가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8일 <차라리 ‘용산 포차’를 찍지 그랬나> 제하의 논평을 내어 KBS 대담 방송에 대해 “전두환 앞에 공영방송 사장이 머리를 조아리던 군사독재 시절 이후 최악의 연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알 권리도,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도 완전히 포기한 한심한 작태는 대통령의 술 친구가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되고 임명동의제도를 파괴한 순간 예고된 참사였다”며 “공영방송 KBS를 용산 ‘조공방송’으로 전락시킨 낙하산 박민, 명품백을 명품백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진행자 박장범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자리에서 물러나 영원히 언론계를 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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