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페이퍼컴퍼니' 안 된다던 방통위, YTN엔 다른 기준?

YTN 지분 인수 유진이엔티, 자본금 1000만원의 SPC…노조 "전례 따르면 승인 불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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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빠르면 금주 내 회의를 열어 YTN 민영화를 최종 승인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YTN노조가 이대로 YTN 매각을 승인하는 건 “불법”이라며 “백지화”를 거듭 요구했다.

방통위는 이동관 전 위원장 사퇴 전 마지막 회의가 열렸던 지난해 11월29일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심사위원회가 ‘승인 적절’ 의견을 냈으나, 심사과정에서 지적된 미흡 사항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확인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졸속·부실심사’였음을 방통위가 자인한 것이라며, 승인을 보류할 게 아니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진이엔티는 방통위 요구에 따라 400쪽 분량의 계획서를 추가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를 검토 중인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보류’ 상태를 장기화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승인 여부 의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5일 경기도 과천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김고은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유진이엔티가 제출한 추가 자료에 대해 재심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며, ‘심사 없는 승인’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심사위가 ‘명확한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방송 공적책임 계획의 구체적,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심사위가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그렇다면 유진이 다시 자료를 보충해서 냈을 때 심사위를 다시 꾸려 심사해야 하고, 그 전에 심사 기본계획 의결이 필요하므로 YTN 매각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방통위가 승인 보류 결정을 내린 뒤 제기된 유진그룹의 문제를 주요 심사 항목인 ‘신청인의 사회적 신용’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YTN지부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 집중 점검 결과 위법사항이 확인된 증권사에 유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이 포함돼 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보도전문채널 대주주로서 사회적 신용과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한 인수의 부적격성 또한 강조했다. 유진이엔티는 YTN 인수를 위해 유진기업이 지분 51%를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으로 자본금 1000만원에 대표이사 한 명뿐인 “사실상 유령회사”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따라서 전례를 따를 때 승인 거부가 맞다는 것이다.

2015년 방통위는 ㈜경기필이 신청한 ㈜경기방송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거부했는데, 당시 ㈜경기필이 “경기방송 지분 매입을 위한 서류상 법인”으로 “방송의 공적책임을 실현할 책임 있는 소유주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당시 방통위는 ㈜경기필이 “페이퍼컴퍼니”임을 인정했고, 상임위원 중에선 그런 회사가 최대주주가 되는 건 물론 “방송사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고한석 지부장은 “방통위가 일관된 정책을 갖고 있다면 유진이엔티를 통한 YTN 인수는 불허돼야 한다”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도 “유진이엔티라는 SPC를 통해 인수하겠다는 형식 자체가 1차 심사에서 걸러졌어야 한다”며 “경기방송 사례 등 이미 방통위 내에 자료가 있는데 다 무시하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통위가 이대로 승인을 의결하면 모든 법적 대응을 다할 것”이라며 “방통위원은 물론 실무자들 모두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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