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YTN·연합뉴스TV 민영화 심사', 단 2주 만에 일사천리

'이동관 탄핵 시계' 맞춰 보도채널 민영화 앞당겨… 부실·졸속심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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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탄핵안 처리 이전에 YTN 민영화 절차를 마무리할 태세다. 언론계 안팎에선 방송통신위원회가 29일 유진그룹이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의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최고(最古) 보도전문채널의 주인을 바꾸는 결정이 단 2주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방통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과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제출한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이 방통위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앞서 방통위가 구성한 심사위원회에서 YTN 변경승인 건은 ‘적절’로, 연합뉴스TV 건은 ‘부적절’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 의견을 토대로 이동관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의 방통위가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부실심사, 졸속심사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27일을 ‘이동관 탄핵 촉구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산하조직 간부와 원로 언론인, 일반 시민 등 200여 명과 함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를 출발해 여의도 국회, KBS까지 이르는 행진을 진행했다. /언론노조 제공

방통위가 공적 소유 구조의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의 민영화 문제를 검토한 시간은 불과 보름여. 지난 15일 유진이엔티가 방통위에 변경승인을 신청한 지 하루 만, 을지학원은 접수 3일 만인 지난 16일 방통위는 두 보도채널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닷새 후인 21일 심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사흘 뒤 YTN과 연합뉴스TV 대표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사실상 심사를 마무리 지었다. YTN은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고, 심사는 요식행위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의견청취에 응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29일 방통위가 변경승인 여부를 의결하면 심사 기본계획 의결부터 단 13일, 변경승인을 신청한 날로부터 따져도 14~16일 걸린 셈이 된다. 방송법은 승인 신청 접수일부터 결과 통보까지 60~90일 이내의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이동관 위원장은 지난 2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준비 기간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심사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면서 졸속 심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준비부터 심사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진 전례는 없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21년 SBS 최대주주가 모회사 간 합병을 통해 SBS미디어홀딩스에서 TY홀딩스로 바뀔 때도 변경승인 신청부터 최종 승인까지 3개월이 넘게 걸렸고, 같은 해 광주방송 지분이 호반건설에서 제이디투자로 넘어갔을 때도 승인 신청부터 심사 기본계획 의결까지만 두 달 넘게 소요됐다.


더구나 YTN의 경우 26년 만에 공적 자본에서 민간자본으로 소유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만큼 “신규 보도채널 승인에 버금가는” 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터였다. 방통위는 지난 16일 “국회와 언론 등에서 지적한 사안에 대해서도 심사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물리적으로 가능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재승인 심사를 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리는데 신규 보도채널 설립과 다름없는 YTN 최대주주 변경을 이토록 날림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뻔하다”며 “총선 전 언론장악 시나리오, 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이 탄핵되기 전 끝내야 할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오는 30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다음 날 표결한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2인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 문제와 별개로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의 자격 논란도 거듭 제기된다.


YTN지부와 YTN 우리사주조합은 이상인 부위원장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점과 이동관 위원장이 YTN 임직원들과 형사소송 중인 점 등을 들어 공정한 심사를 기대할 수 없다며 지난 23일 기피 신청을 냈다. 그러나 두 위원이 전부인 현행 방통위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지난 9월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해임 때도 김 이사가 제기한 이 부위원장 기피 신청을 당사자가 ‘셀프’로 각하했다.


결국, 방통위의 결정은 긴 법정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 기본계획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낸 YTN지부는 방통위가 그대로 승인을 결정할 경우 이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을 다시 낼 계획이다. YTN 사측도 “취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TV지부도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연합뉴스TV 구성원들은 민간자본에 의해 보도전문채널의 정체성과 공정성이 훼손되고 망가지는 꼴을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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