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 "편파보도 물의 기자·PD, 즉각 업무배제"

[취임하자마자 속전속결 KBS 물갈이]
첫날부터 뉴스·시사 진행자 교체
둘째날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박 사장 "올해 적자 800억원 예상...
사장 포함 임원들 임금 30%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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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KBS 사장의 취임 후 첫 대외 행보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었다. 14일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사장이 가장 먼저 언급한 “KBS가 그동안 잘못한 점”은 “불공정 편파 보도”. 그는 ‘검언유착 사건 오보’ ‘고 장자연씨 사망 사건 관련 윤지오씨 뉴스 출연’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김만배 음성파일 인용 보도’ 등 KBS 보도 4건을 대표적 사례로 콕 집어내 “주요 불공정 방송의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백서를 발간하겠다.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살펴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민 신임 KBS 사장이 취임 다음날인 14일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과문 발표에 앞서 신임 본부장 5명과 함께 박민 사장(왼쪽 세 번째)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KBS 제공

박 사장이 지난 13일 취임하자마자 KBS 내부는 본부장 등 임원 인사 발령, 주요 뉴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에 이어 시사프로그램 편성 취소가 결정되는 등 이른바 ‘물갈이’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박 사장은 취임 이튿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 나겠다”며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이춘호 전략기획실장 등 대동한 간부들과 고개를 숙였다.


박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간 공정성 비판이 거듭됐지만 형식적인 사과나 징계에 그쳤을 뿐 과오는 계속 되풀이됐다. 또 TV나 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일부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한쪽 진영의 편을 들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런 사례를 용납하지 않을 거다. 불공정 편파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해당 기자나 PD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최대한 엄정하게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속보 경쟁 지양 △확인된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 분명하게 구분, 익명 보도 자제 △정정보도 원칙적으로 뉴스 첫머리 보도 △의도적이고 중대한 오보에 대한 국장·본부장 등 지휘라인 문책 등을 대책으로 언급했다.


또 그는 대표적 불공정 편파 보도 사례라며 꼽은 과거 KBS 보도 4건에 대해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도 밝혔는데, ‘김만배 녹취록’의 경우 “결국 조작된 내용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했고, 2021년 4월 방송된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보도는 “단시일 내 진실 규명이 어려운 내용인데 재보궐 지방선거 직전 집중 보도해 선거판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고 봤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과문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 보도한 KBS 뉴스9에 대해 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재심 청구나 법적 조치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박 사장은 “해당 보도의 경위와 내용을 보니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방심위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내어 반발했다. KBS본부는 “‘불공정 방송’을 사과한다 했지만, 기자회견 내용은 그동안 정부 여당이 문제 삼았던 내용과 판박이”라며 “본부장들을 대동하고 머리를 조아린 대상은 국민인가 용산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KBS본부는 박 사장의 ‘방심위 과징금 부과 무대응’ 입장에 대해 “KBS 보도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공격이 있을 때 이를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사장이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오히려 공영방송을 향한 윤석열 정권의 그릇된 시각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하며, KBS 보도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해당 보도를 한 기자 등에 대해서도 방심위의 부당한 제재를 근거로 징계를 운운한다면 KBS본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그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장 임명 직후 KBS 사측은 메인뉴스인 ‘뉴스9’ 앵커를 비롯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를 시청자 사전 안내 없이 하차시키고, 제작진 논의 없이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방영 예정 당일 편성 삭제하기도 해 “단체협약 및 편성규약 파괴행위”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민 사장은 뉴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전격 교체 배경에 대해 “사장으로서 특정 프로그램의 방향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본부장 인사를 하고 난 이후 지금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공영방송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적당한 대책을 협의하고 추진하라고 지시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박민 사장은 “KBS는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약 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민의 신뢰 상실로 인한 수신료 분리 징수로 과거 IMF나 금융위기보다 더한 비상 상황을 맞게 됐다”며 △경영 정상화될 때까지 사장 포함 임원들 임금 30% 반납 △명예퇴직 확대 실시 △인력 운용의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검토 등을 경영 방안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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