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뉴스 상품, 개인화 기능… '로그인 월' 진화

[서비스 저널리즘 개발]
경향 칸업, 홈피에 게임·레벨업 도입
SBS 스프, 개인마다 다른 화면 제공

  • 페이스북
  • 트위치

‘탈 포털’을 디지털 전략으로 내세우며 자사 플랫폼 강화에 나서던 언론사들이 사용자 경험·편의성 등에 주안점을 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2~3년 간 잇따라 ‘로그인 월’을 도입한 국내 언론사들이 로그인 독자 확보·유지를 위해 시행한 대표적인 기능은 ‘회원 전용 콘텐츠’나 ‘비회원 기사 열람 건수 제한’ 정도였다. 이제는 뉴스 콘텐츠 자체의 내용적인 고민을 넘어서 비뉴스 상품 기획·개발, 이용자 맞춤형 기능 등과 같은 서비스 구현에 방점을 두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경향신문은 로그인 월 시행과 함께 홈페이지 전반에 게임 요소가 적용된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6일 시작한 ‘KHANUP’(칸업) 서비스다. 게임 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개념처럼 로그인 독자들이 기사 완독, 퀴즈 참여, 기사 공유 등 홈페이지 내 활동을 하면 경험치(내공)를 주는 방식이다. 내공이 쌓일수록 레벨이 오르고, 이용자 간 순위도 비교할 수 있다. 경향신문은 상위 순위권에 든 독자들에게 향후 문화사업, 오프라인 행사 등에 초청장을 보내거나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정근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실장은 “단순히 로그인 월 도입을 떠나 뉴스 회피 성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독자들을 타깃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홈페이지에 머무르게 할 수 있을지, 뉴스를 읽게 하는 방법이 뭘지 고심하다 일종의 게임 레벨 업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뉴스 읽기를 통해 독자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이 이번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내공 쌓기라는 큰 틀 안에서 독자들이 콘텐츠를 보는 것 외에 홈페이지 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게 한 부수적 기능들도 눈에 띈다. 기사 하단에 경향신문 기자들이 직접 출제한 퀴즈가 매일 3개씩 업데이트 되는데, 하루가 지난 퀴즈는 풀 수 없다. 또 기사 완독 기준을 별도로 프로그램화해 독자가 기사를 다 읽는 동시에 내공이 쌓였다는 확인 메시지가 뜨도록 했다. 김 실장은 “뉴스를 독서량으로 계산해주는 방식도 도입했는데, 그동안 완독한 기사의 글자 수는 몇 개이고, 책 몇 권 정도의 분량이라는 걸 알려준다”며 “앞으로도 로그인 독자들을 끌어들일만한 혜택과 흥미로운 요소들을 보완해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앱으로 출시된 SBS 보도본부의 지식구독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은 지난 1년여 간 쌓인 약 6만명의 로그인 구독자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별 맞춤형 화면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앞서 지난해 11월 스프는 콘텐츠 열람 개수 제한 형식의 로그인 월을 적용해 웹사이트로 처음 나왔다. 이번 스프 앱은 로그인을 해야만 홈 화면이 나타나는 엄격한 로그인 월 방식이다. 로그인 이후엔 첫 화면이 구독자의 연령·성별·취향별 콘텐츠로 우선 노출된다.


정명원 SBS 디지털뉴스제작부장은 “그동안 스프 웹을 통해 각 연령층과 그 안에 성별에 따라서도 소비하는 습관, 선호하는 콘텐츠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언론사들은 단일한 선호의 특정한 이용자를 상정해 콘텐츠 생산을 해왔는데 이제는 구독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보기 편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웹과는 차별화된 화면, 이른바 개인화 기능이 앱을 통해 구현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구독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뉴스·비뉴스 콘텐츠 개편도 이뤄졌다. 비급여 진료비 비교 서비스 ‘깐깐하게’, 정치인 호감도 지수와 여론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폴리스코어’, SBS 기자 등 콘텐츠 필진과의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 게시판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정 부장은 “이른바 서비스 프로덕트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40대 정도는 기존 뉴스에 익숙해져 있는데 30대 이하의 연령층들은 자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에 좀 더 반응을 하더라. 독자들이 뉴스를 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이터를 서비스해보자, ‘찐’ 구독자들 간 상호작용을 통해 스프를 더 자주 이용하게 하자는 생각 등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생산만이 아닌 이용자에 초점을 둔 서비스를 기획하고 이를 구현할 기술을 갖춰야 하는 디지털 인력이 그만큼 중요해진 시점이다. 실제로 경향신문, SBS 담당자 모두 기자 직군 외에도 서비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데이터 전문가 등 내부의 다양한 인력 간 협업을 통해 해당 서비스 론칭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명원 부장은 “이제는 언론사도 (IT기업처럼)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지난해 4월부터 구독 모델 개발 TF가 만들어져 다양한 직무의 인력들이 한 덩어리로 움직였다. 기자끼리만 뭔가를 하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김정근 실장도 “서비스를 기획한 기자와 실제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스토리를 짜는 운영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여러 부서가 참여했다”며 “만약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참여했던 사람들의 경험은 앞으로 다른 서비스를 론칭하거나, 상품을 기획할 때 훌륭한 자산이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