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통일언론상 심사위원회는 11일 제29회 통일언론상 대상에 KBS춘천 김영경 PD의 특집다큐멘터리 2부작 ‘해무(海霧)’를 선정했다. 특별상에는 울산MBC 이영훈 PD의 다큐멘터리 악극 2부작 ‘울산아가씨’를 뽑았다.
‘해무’는 1년간의 장기취재를 통해 1971년 8월30일에 납북되어 1년 뒤 귀환한 오징어잡이 어선 '제2승해호' 사건을 중심으로 ‘조작간첩’이 되어 암울한 삶을 살아가야 했던 납북귀환어부들과 그 가족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통일언론상은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준칙’의 취지와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언론인과 언론사 그리고 평화통일에 기여한 사회단체나 그 관계자에게 매년 수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24일 오후 5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49주년 기념식 및 제35회 안종필자유언론상 시상식’과 함께 열린다.
제29회 통일언론상 심사평
2주 전인 지난 10월11일 통일언론상 심사를 진행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언론단체 3곳이 해마다 돌아가며 심사를 주관하며, 올해는 한국기자협회가 맡았다.
올해 출품작은 5편이었다. 인쇄물은 없었고 5편 모두 방송물이었다. 비록 방송 분야에 한정됐고 출품작 수도 5편에 그쳤지만 대상과 특별상을 각각 선정할 만큼 수준작들이 출품됐다.
심사위원들은 한국방송공사(KBS) 춘천총국이 출품한 다큐멘터리 ‘해무(海霧)’를 별다른 이견 없이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납북된 지 50년 만에 세상에 진실을 외치기 시작한 납북 귀환어부들과 그 가족들의 삶을 취재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는 납북 귀환어부들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심이 이뤄지도록 여론을 조성했다. 재심 결과 그들이 고문 등을 통해 간첩으로 조작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사실이 수십 년 만에 밝혀졌다.
간첩조작 사건은 이미 보도된 바가 있고, 납북 어부 간첩조작 사건 또한 이 보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많은 공을 들여 당사자들이 그들의 통한을 직접 털어놓게 만든 점, 그것이 귀환어부 간첩조작 사건 전체를 재심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는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추적 보도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특별히 부탁하고픈 게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재심을 통해 수십 년 만에 무죄로 확정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1975년 4월9일 조작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8명을 사법 살인했다가 2007년 1월22일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한 일도 있다. 32년 만에 무죄가 됐다는 사실은 사건 발생 때부터 그것이 조작됐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작을 한 검사, 경찰관은 물론 조작인 줄 알면서도 유죄 판결을 한 판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 책임을 지도록 공론화하는 게 우리 언론의 책임이다.
출품작 수가 적은데 시상작을 두 편이나 선정할 수 있는가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울산 문화방송(울산MBC)의 ‘다큐멘터리 악극 <울산아가씨> 2부작’을 특별상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민요 ‘울산아가씨’가 월북작가의 노래이며, 월북작가의 노래인데도 남쪽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된 바가 없고, 북쪽에서도(제목과 가사는 다르지만)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려줬다.
남과 북, 나아가 러시아 동포들까지 하나의 노래를 통해 민족적 정서를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라디오 방송에 그치지 않고 영상으로 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심사 총평으로 다음 세 가지를 덧붙인다.
첫째, 현업 3단체 소속원이 아니라도 자천타천으로 출품작 추천을 할 수 있다는 걸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통일언론상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출품작 수를 늘려야 한다.
둘째, ‘보수’, ‘국가폭력’ 등 용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보수는 진보와 함께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발전을 추동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수구’와는 엄연히 다르다. ‘국가폭력’이라는 용어에도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건데, 구성원들이 행복한 삶을 위해 스스로 만든 공동체(국가)가 그 구성원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걸 용인하는 듯한 표현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박정희 정권의 폭력’, ‘전두환 정권의 폭력’, ‘사법 살인’ 등으로 적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 문제이다. 북쪽을 적대시하도록 강요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평화통일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언론의 자유를 운위할 수도 없다. 국가보안법의 명줄을 끊어버릴 기사, 보도물을 간절히 기대한다.
제29회 통일언론상 심사위원장 정일용(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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