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억대 적자 일상… 더 짤 즙도 없다

[주요 언론사 대부분 상반기 영업적자]
SBS, 각 본부 제작비 3%씩 삭감
KBS "상반기만 사업손실 541억"
믿었던 디지털 수익도 크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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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주요 언론사 대부분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흑자를 낸 언론사들도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암울한 상반기 경영 실적을 받아들면서 일부 언론사에선 제작비 삭감, 신규 사업 투자 축소 등 비용절감 방안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는 이달부터 보도·시사교양·예능·경영 등 본부별 제작비를 3%씩 삭감했다. 8월 말 박정훈 SBS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이 같은 경비 절감안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SBS 보도본부의 경우 데스크 주말 수당, 취재 제작비, 출장비 등이 제작비로 쓰인다.


SBS가 본부별 제작비를 감축한 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SBS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0억원(88%) 빠졌다. 광고수익은 작년 동기 대비 672억원(28.8%), 당기순이익은 682억원(81.9%) 줄었다.

KBS와 MBC는 올해 상반기 각각 541억원, 2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전년과 비교해서도 큰 하락폭을 보였다. 앞서 지난 7월 KBS는 TV수신료·전기요금 분리징수 시행을 앞두고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신규 사업 중단·기존 사업과 서비스 원점에서 재검토 등의 방안을 알렸는데 이를 위해 비상경영TF를 구성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KBS 임시 이사회에서 KBS 측은 “역대 최악의 지상파 광고시장 상황 아래 KBS는 당기순손실 461억원, 사업손실 541억원을 기록했다”며 상반기 예산집행실적을 보고했다. 이어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공포 이후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 세 차례에 걸친 재정안정화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일반사업경비 215억5000만원 △제작비 169억원 △보직자 업무추진비·섭외성 경비 408억5000만원 등을 긴축했다고 밝혔다.


작년 상반기(650억원)보다 영업이익이 670억원 감소한 MBC는 하반기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에 대비해 긴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조정하거나 불요불급한 경비는 쓰지 않고 신규 사업에 대해선 투자 심사를 더욱 엄격히 하고 있다. 제작 현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비상경영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뿐이지 실질적으로 경비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라면서 “제작과 콘텐츠 투자를 무작정 줄이는 건 능사가 아니란 생각으로,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236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JTBC는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비상경영을 시행 중이다. 당시 임원 임금 10% 반납·비정규직 인력 감원 등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11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비용감축이나 비상경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YTN, 경향신문, 한겨레신문도 비용감축 계획을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냈던 YTN, 경향신문은 올해 상반기 각각 76억원, 1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YTN의 경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억원(18.1%) 줄어들었고,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중 26억원의 분양수익을 냈던 경향신문은 올해 해당 수익을 얻지 못했다.


한겨레 올 상반기 매출은 34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2억원(6%) 줄어든 가운데 영업적자는 5억원에서 46억원으로 적자규모가 크게 늘었다. 앞서 지난 7월 최우성 한겨레 사장은 이 같은 경영 상황을 알리며 직무·인력·공정 등을 재정비하고 주5일 발행 체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정연욱 한겨레 경영관리본부장은 “현재까지 경영 상황이 수정 예산 편성했던 당시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며 “적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추가적인 비용절감 대책까진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 침체가 언론사 경영 실적 하락의 주된 요인이지만, 디지털 수익 비중도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신문사·방송사 담당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오관철 경향신문 경영기획실장은 “타사도 비슷할 텐데 기사 페이지뷰 하락에 따라 온라인 매출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며 “신문사의 경우 지면 구독료 매출 감소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방송사 기획실 담당자는 “사실 방송 광고도 영향이 있지만 네이버·유튜브 등 디지털에서 나오는 수익이 작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며 “특히 유튜브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점 레드오션이 되다 보니 수익 상승 폭이 둔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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