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팀 고양이 기자가 사망 사건이 일어난 한 유흥주점을 찾아 흑곰 가게 사장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옆에 있던 방송사 고양이 기자는 유독 넉살이 좋다. 흑곰은 험악한 표정으로 고양이 기자들에게 한소리를 한다. 투명고양이(?) 취급에도 기자는 현장에 남아 뭐라도 얻어갈 수 있을까 싶어 기다리다 불현듯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 그래도 괜찮다. 기사로 누군가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면 다시 힘이 난다.
#2. 기획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아 고뇌하는 귀여운 이등신 몸을 가진 기자들이 있다. 각각 복지, 금융, 국제, 사건 분야를 담당했던 기자 4명이 팀원으로 모였다. 계속 거북목으로 기사를 쓰느라 끝내 거북이가 된 기자는 “그 아이템은 준비하는 동안 딴 데서 먼저 쓸 거 같아. 잠입 취재를 반년 동안 해도 기삿거리를 못 찾으면 어쩌지”라며 심란해한다. 한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 회의 끝에 드디어, ‘응급실 뺑뺑이’가 주제로 선정됐다. 아이템이 정해졌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병원에서 수일간의 ‘뻗치기’가 남아있었으니….
해당 만화들의 자세한 내용과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와 동아일보 웹사이트·인스타그램 계정(@dongailbo)으로 찾아가면 된다. 각각 플랫폼엔 <고기자의 힘드러운 기자생활>과 <히어로툰>이 연재 중이다. 모두 현직 기자가 직접 그린 기자의 일상과 애환, 생생한 취재 과정이 담긴 ‘기자 일상툰’이다.
지난달 28일 연재를 시작한 카카오 일요웹툰 <고기자의 힘드러운 기자생활> 작가의 정체는 ‘고기자’라는 활동명을 쓰는 5년차 일간지 기자다. 그는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한 2019년부터 인스타툰을 통해 고양이 캐릭터 주니어 기자의 일상과 생각을 담아내고 있었다. 기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 가볍지만은 않은 고민으로 이미 기자 사회에서 입소문을 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었던 고기자 인스타툰은 카카오 측의 연재 제안으로 첫 화를 선보인 지 약 5년 만에 카카오웹툰으로 진출했다.
네이버·카카오 등의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에서 기자 일상툰이 정식 연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웹툰 <고기자>엔 숨 막히는 정적 속 사건팀 기자와 형사과장의 티타임 상황 등 실제 기자가 일하는 모습이 자세히 담겨 있다. 지난해 연재 제안을 받은 이후 6개월간의 원고 작업을 거친 고기자는 작품이 공개된 현재에도 낮에는 취재와 기사 마감을, 밤에는 매주 웹툰 마감을 하며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고기자는 “(카카오 측에선) 기자의 일상이라는 소재 자체가 참신한 것도 있지만, 기자도 결국 직장인이며 생활인이라는 점에 공감해주셨다”며 “웹툰을 통해 독자들이 기자도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 컷 만화 <히어로툰>을 그리고 있는 작가는 바로 송혜미 동아일보 기자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표류’ 시리즈의 취재 과정과 뒷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만화 형식의 취재 후기는 히어로콘텐츠팀에 발령됐을 때부터 생각했다. 완성된 글보다 말랑말랑하고, 6개월간의 지난한 취재 과정과 디테일한 감정이 살아있는 그림이 젊은 독자들에게 더 다가가기 쉬울 거라고 봤다. 신문을 보지 않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스타툰이라는 방식을 통해 ‘표류’ 시리즈를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표류’ 보도가 끝나고 본래 부서인 경제부로 복귀한 송 기자는 2회까지의 콘티를 들고 디지털콘텐츠를 담당하는 D프론티어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송 기자는 <히어로툰> 속에 ‘표류’ 취재 이야기 외에도 각종 밈, 영화 패러디로 묘사한 기자의 모습, ‘뻗치기’와 같은 언론계 용어 설명 등을 재치있고, 친근하게 담았다. 기자 직종에 대한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9화까지 공개됐는데 일단 내부 동료들의 반응은 좋다. ‘표류’ 취재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정기적인 연재물로 내보내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다.
송 기자는 “네 컷 만화라 처음엔 금방 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만만치 않더라. 요즘엔 마감하고 퇴근 후 작업하느라 약간 버겁긴 한데 회사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긴 글을 잘 읽지 않고, 하나의 강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해진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회에서 저희가 취재한 것들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경험적인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두 웹툰의 댓글을 보면 ‘기자라는 직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생각해본 적 없는데 기자들이 저런 애로사항이 있구나 싶었다’(고기자) ‘저기 나왔던 아이템들도 꼭 해주세요’(히어로툰) 등의 내용이 주로 달릴 정도로 독자들 반응이 좋다. 기자들이 딱딱한 글에서 벗어나 만화를 통해 재밌고 친근하게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자, 독자들은 기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가며, 한편으론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이들의 ‘웃픈’ 직장 생활에 공감하고 있다.
송 기자는 “이번 기회로 기자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이렇게 일한다. 주니어 기자들도 독자 여러분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기자는 “기사 댓글을 보는 것처럼 웹툰 댓글도 다 보는데 댓글에서조차 ‘기레기’라는 단어를 보면 우울해진다”며 “한 기자라기보다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생활인, 그러면서도 사회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동료로서 바라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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