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대응법 도입한 유럽 각국..."표현의 자유 침해 발생"

31일 언론재단 미디어정책리포트 '유럽의 가짜뉴스 대응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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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러 국가들이 법 제정 등을 통해 '가짜뉴스(Fake News)' 혹은 '허위정보(Disinformation)' 확산에 대처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1일 발간한 미디어정책리포트 제2호 ’유럽의 가짜뉴스 대응 정책‘에 따르면 프랑스는 가짜뉴스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새 법률 ‘정보조작대처법’을 2018년 제정했다. 법은 선거 전 3개월 동안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 정보를 게시하지 못하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한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허위정보 확산이 쟁점이 되며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판사의 개입이 정당화되기 위한 조건을 뒀지만 수많은 언론과 언론단체, 학자, 정치인들은 허위정보 정의의 모호함, 허위정보에 대한 판사의 전문성, 규제기관의 행정적 권한 강화에 대한 비판 등을 내놓으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정책 리포트 '유럽의 가짜뉴스 대응 정책' 중 캡처.

독일 역시 디지털 플랫폼이 위법적 콘텐츠나 댓글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신고가 들어오면 위법성을 판단한 후 24시간 내 삭제토록 하는 ‘네트워크집행법’을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는 허위정보 뿐 아니라 혐오발언, 모욕, 아동 포르노, 나치 범죄 부정 등 독일 형법상 범죄가 되는 모든 게시물을 대상으로 하며, 삭제 후 결과를 공표하는 시스템을 운영토록 한다. 구글과 메타는 플랫폼 사업자의 신고 의무에 반발해 쾰른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네트워크집행법은 입법 과정에서 “사기업인 SNS 사업자에게 과도한 규제권한 부여”,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저해”, “기존 처벌규정 존재에 따른 중복처벌 가능성” 등 반대견해를 맞기도 했다.

헝가리는 팬데믹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방해하는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퍼뜨려 비판이나 두려움을 일으킬 경우 최대 5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2020년 3월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당초 이 법은 미디어와 언론인에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평범한 시민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구금되는 사례를 낳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통과 전부터 위축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를 낳았는데, 이는 언론이 정치지도자들에게 질문할 기회 박탈, 공영방송이 독립언론의 활동을 가짜뉴스로 묘사하는 프로그램 제작, 언론에 대한 검열 필요성 주장 등 상황이 겹친 결과였다. 언론재단은 “헝가리 법안은 표현의 자유에 매우 강력한 위축 효과를 가져왔다”며 “(시민 구금 사건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언론매체와 소셜네트워크의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장관령을 제정하고 2020년 초법적 상설기구를 설립했다. 이 대응은 정부 구성원으로 이뤄진 위원회가 허위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법안 초안 작성 과정에서 언론인 협회나 시민사회 대표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는 점, 허위정보 정의가 모호하다는 이유 등으로 비판받았다.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저널리즘 콘텐츠가 정부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언론의 자유가 존중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단점과 부정확성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스는 허위정보 정의를 확대하고 유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2021년 통과시켰다. ‘시민들에게 우려나 공포를 유발’하거나 ‘국가 경제, 국방 능력 또는 공중 보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저해’하는 정보를 대중에게 공공연하게 게시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유포할 경우 3개월에서 5년 사이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골자다. 그리스 언론인들과 RSF은 ‘언론인들의 직업 활동 제약‘, ’허위 정보의 불분명한 정의에 따라 언론활동에 대한 무분별한 기소 가능성‘ 등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법안 등이 유럽 개별 국가, 나아가 EU 차원에서 제정된 데는 "민주주의 정치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정보가 생산 및 유통돼야 한다"는 합의가 놓여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한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들에 의한 정보유통 채널 독점, 이에 따른 개별 국가 내 언론사들의 영향력 약화를 겪어왔다. 특히 이런 분위기에서 난민 유입에 따른 인종주의, 국가주의적 목소리, 영국 브렉시트 영향에 따른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며 대응에 나선 게 조치의 배경에 놓인다. 다만 개별 국가 단위의 '가짜뉴스' 혹은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은 모두 해당 국가 내 상황과 맞물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들을 낳고 있는 게 현재다.

언론재단은 보고서 말미 “개별 국가 차원에서 프랑스, 독일, 리투아니아, 헝가리와 같이 별도의 규제법을 제정하거나, 오스트리아, 몰타, 그리스와 같이 형법을 개정하거나, 폴란드와 같이 선거법을 개정하거나 루마니아, 스페인과 같이 대통령령 혹은 장관령의 개정을 통해 (유럽 국가들은) 허위정보 또는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가에서 개별법 제정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규제정책에 대한 검토에 있어서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의 실익과 근본적 가치의 위협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검토작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디지털 플랫폼이 자사 플랫폼에서 허위정보, 차별적 콘텐츠, 아동 학대, 테러 선전 등의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해야하는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을 내년 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거대 글로벌 플랫폼들엔 오는 8월25일부터 적용된다. 위반 시 글로벌 초대형 플랫폼 및 검색엔진은 매출액의 6%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규정을 반복해서 위반하거나 심각한 위반의 경우, 유럽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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