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이 연간 광고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언론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실제 삼성전자의 올 1~3월 4대 매체(TV·라디오·신문·잡지) 광고비는 5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8억원(26%) 줄었다. TV보다는 감소 폭이 덜하지만, 신문 역시 지난해 182억원에서 올해 167억원으로 삼성 광고가 8%가량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등 주요 대기업 광고주의 광고비 삭감으로 신문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분기보고서를 보면 중앙일보는 올 1분기 신문매출이 3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억원 줄었다. 그나마 기타매출이 늘면서 전체 매출은 9억원 늘었지만, 신문용지값 등 매출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 영업적자(106억원) 규모는 약 2배로 커졌다.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62억원에서 올해 129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경향신문은 매출 감소 폭이 더 크다. 올 1분기 매출이 1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억원(22%) 줄었는데, 전체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대 및 광고매출이 13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 7억원에서 33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8억원에서 34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4배 이상 커졌다.
한겨레신문도 올 1분기 신문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억원(9%) 감소한 93억원을 기록해 ‘100억원’ 선마저 무너졌다. 역시 매출원가 상승 등에 따라 영업적자는 27억원에서 46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25억원에서 4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2분기 중반에 들어선 지금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A 종합일간지 임원은 “개선될 조짐은 안 보이는 것 같고, 광고 시장 상황은 당분간 이렇게 갈 것 같다”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매출 감소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5월이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B 종합일간지 마케팅 담당 임원은 “지난해 5월엔 대통령 취임 축하광고가 있었는데 올해는 없으니까, 일반광고로 작년만큼 매출을 일으키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했다. 지난해 5월 기업들이 대통령 취임 축하광고로 집행한 광고비만 언론사당 수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그만큼 매출이 빠지는 것을 방어해야 한다는 압박도 심하다. C 종합일간지 한 간부는 “4월까지는 어느 정도 (매출) 목표를 맞췄는데, 5월 들어 비상이 걸렸다. 실국장들에게 경영진 앞에 실적을 보고하고 어떻게 해서든 매출 목표를 맞추라는 압박이 엄청 심하다”고 전했다.
통상 상반기는 신문 광고 시장의 비수기로 하반기엔 회복될 거라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 상황을 볼 때 낙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B 일간지 임원은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건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나면서 (광고비를) 10~15%씩 줄인 삼성과 SK 등이 최소한 작년만큼은 풀어줘서 맞춰주길 바라는 것밖에 없다. 경기가 살아야 기업도 광고를 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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