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면직절차 시작으로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 가동"

23일 언론현업단체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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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 착수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 4개 언론현업단체는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이자 미디어 공론장을 정부·여당의 통제하에 복속시키고자 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라며 규탄했다.

정부는 지난 2일 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하자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적용해 한 위원장의 면직 절차에 돌입했다. 인사혁신처는 23일 한 위원장의 소명을 듣는 청문을 진행한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 4개 언론현업단체가 2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청문회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4개 언론현업단체는 23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는 그 배경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무리한 조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설치 및 운영 법률’에 따라 방통위원을 면직할 수 있는 조건은 형사재판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라며 “방통위 장악을 시작으로 공영방송 인사와 보도에 대한 개입과 통제 수순으로 이어질 낡은 작태를 중단하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윤석열 정권이 방통위를 장악하려는 수순은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과 많이 닮았다”고 했다. 이어 “방통위를 향한 수개월 간의 대대적인 감사, 검찰을 동원한 압수수색,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그리고 검찰의 기소를 빌미로 한 면직 기도에 이르기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를 장악해 KBS 이사장과 이사들을 해임하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이사들을 해임해서 친여 성향의 이사진으로 재편한 뒤 KBS와 MBC 사장을 교체하겠다는 뻔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현업 언론인들이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법치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정부는 한 위원장이 법을 위반한 의심이 있다며 형사 재판에 넘기고 이를 근거로 한 위원장을 면직시키려 하고 있는데 방통위 설치법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헌법과 법률의 기본적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공무원법과 방통위 설치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쪽의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력 친화적인 인물을 방통위원장에 조금이라도 일찍 내리 꼽겠다는 명백한 신호”라며 “언론 현업인들은 언론 자유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권력의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은 “지난 1년간 끊임없이 방통위는 흔들렸고 방송과 통신, 콘텐츠 사업자들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할 방송통신 정책은 더 표류되고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같은 정부의 행위들이 계속 된다면 국민들과 방송인들은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KBS, MBC, YTN 노조위원장들도 참석해 정부의 방통위원장 면직 시도를 비판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KBS의 사정을 말씀드리면, 최근 9개월간의 국민감사 청구 결과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제는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겠다는 것을 권력의 최대 정점에 있는 대통령실 주도하에 매우 일사분란하게 편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면직권 역시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을 권력 앞에 불복시키려는 의도 외에 두 달 남은 위원장을 굳이 무리하게 기소하면서 면직해야 할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보라”고 말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윤석열 정권의 1년은 MBC 탄압의 역사이고 더 나아가 공영방송 탄압의 역사였다”며 “방통위원장 면직 절차를 시작으로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동으로는 공정과 상식, 자유를 짓밟으면서도 말로는 끊임없이 공정과 자유, 상식을 외치는 이 정부의 유체이탈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한석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은 “방통위는 이명박 정권에서 탄생했고, 1대 방통위원장이 최시중씨다. (정부가) 지금 한 위원장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제2의 최시중을 만들고 싶어서”라며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거다. YTN 노동자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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