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2023 세계기자대회가 지난달 28일 인천 방문을 끝으로 4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해로 11회째,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 이번 세계기자대회는 50개국 70여명의 언론인들이 참가해 미디어 환경 변화 속 디지털 전환, 로컬 저널리즘 등 전 세계 언론의 다양한 시도를 공유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또 참가자들은 경기도 파주·수원, 부산, 인천 등 국내 주요 도시를 방문해 각 지역의 문화와 발전상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여러 지역의 매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며 각국 언론인 교류의 장을 마련해 준 데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DMZ, UN기념공원 찾아 전쟁의 아픔 되새긴 기자들
세계기자대회 참가자들은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부산 UN기념공원 등을 찾아 남북 분단의 현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본격적인 지역 탐방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DMZ를 방문한 기자들은 과거 미군기지로 사용된 캠프그리브스, 북한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도라전망대 등을 방문했다. 도라전망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인공기를 발견한 기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렌즈를 가까이 대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프랑스24’의 타이스 세뉴 기자는 자신이 남긴 사진을 보여주며 “남한과 북한의 국기가 동시에 있는 놀라운 광경”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일상을 멀리서라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는데 남북한이 서로 마주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날 부산 남구 UN기념공원을 찾은 기자들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위해 참배했다. UN기념공원은 1951년 유엔군 사령부가 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된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튀르키예의 네이 제넵 우렉트루크 기자, 태국의 포라멧 탕사타폰 기자가 참전국 대표로 헌화를 하며 세계평화를 위한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되새겼다.
◇세계박람회 유치전 나선 부산, 국제도시 위상 높여가는 인천 송도 방문
참가자들은 방문한 여러 지역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도시는 부산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영화 ‘부산행’의 해외 흥행 여파로 방문 전부터 부산은 기자들에게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지역이었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인만큼 유치 계획에 대한 기자들 관심도 컸다. 지난달 27일 이들은 세계박람회 후보지인 부산항 북항 일대를 둘러보고 부산시 관계자에게 “경쟁국들이 있는데 엑스포 유치에 자신 있는지” “유치가 되지 않더라도 부지 내 계획된 시설들을 지을 건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취재했다.
카타르 신문 ‘더 페닌슐라’의 아니샤 비즈쿠마르 기자는 “부산은 엑스포를 개최할 준비가 돼 있는 도시라고 느꼈다. 그 준비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유치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시민들이 이 시설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도심과 탁 트인 바다가 공존하는 부산의 풍광에 잔뜩 매료됐다. 부산항만공사의 홍보선 ‘새누리호’에 탑승한 각국 기자들은 북항 일대를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 매체 ‘피닉스 위클리’의 야오 스치 기자는 “이번 세계기자대회를 통해 방문한 도시 중 부산이 가장 인상 깊다”며 “수도인 서울보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참 멋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28일엔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찾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하고 G타워전망대, 수상택시를 통해 송도 센트럴파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들은 특히 삼성바이로직스 생산 시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본 후 제임스 최 삼성바이로직스 부사장에게 “해외에도 생산 공장을 늘릴 계획이 있는지” “직원들의 학위 또는 자격 조건이 무엇인지” 등을 질문했다.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지역 곳곳서 시민 대상 취재도
이번 세계기자대회 내내 참가자들은 한국에 대한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공식 간담회 일정뿐만 아니라 방문 현장 곳곳에서 시민들을 취재하며 다양한 한국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애썼다. 세르비아에서 온 밀란 세르딕 ‘세르비아 라디오-텔레비전’ 기자는 지난달 26일 민통선 내 통일촌 주민을 인터뷰했다. 그는 통일촌 주민에게 민통선에 정착한 사연을 물으며 즉석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리포트 영상을 찍기도 했다. 그는 “북한인 고향에 빨리 돌아가기 위해 근처에 살자는 생각으로 50년 이상 통일촌에 살고 있다는 주민의 얘길 들었다”며 “‘DMZ 존(Zone)’에서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게 흥미로워 취재를 했는데 이곳에 머물게 된 사연을 듣고 더 놀랐다. 굉장한 이야기를 얻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날엔 “이날 새벽 2시까지 호텔방에서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에디터가 잘 봐줘서 기사가 꼭 보도됐으면 좋겠다”며 후기를 전했다.
밀레나 미로티노바 코레바 ‘불가리아 ON AIR TV’ 기자는 UN기념공원에서 한 부산문화관광해설사에게 다가가 한국전쟁 당시 피난 경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전쟁의 아픔은 계속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피난을 갔다는 그에게 상세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었다”며 “한 인간이 겪은 경험이지 않나. 불가리아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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