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7일 JTBC ‘뉴스룸’을 진행하는 박성태·안나경 앵커와 ‘칼퇴없다’라는 이름표를 단 박민규 기자가 20여명의 방청객 앞에 섰다. 뉴스룸 본방송이 끝나고 유튜브 라이브로 공개하는 ‘뉴스룸 뒤(D)’ 프로그램 현장이었다. 박성태 앵커의 적극적인 호응 유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이날 뉴스룸 뒤의 주제는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박민규 기자는 칠판에 미리 판서한 각종 자료를 보여주며 현안을 설명하고,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방송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방청객들이다. 이날 방청객들은 모두 대학생들이었는데 자신들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나누고, 한 외국인 유학생은 본인의 국가 사례를 설명하는 등 노동 시간 이슈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기자도 방청객 의견을 듣고 덧붙이는 식으로 방송을 하며 40여분간의 유튜브 라이브가 마무리됐다. 박 기자는 당시 현장 분위기에 대해 “편안했고, 방청객들의 반짝반짝한 눈동자가 기억에 남는다”며 “금요일 저녁 누가 이렇게 시간 내서 뉴스를 보러오겠나 싶은 생각에 더 고마웠다”고 말했다.
#2.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사옥 앞. 오후 7시 퇴근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몇몇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건물 1층 유리창 너머를 바라봤다. 유리창 바로 앞엔 동정민 앵커가 ‘뉴스A’를 진행하고 있었다. 채널A는 이곳 사옥 1층에 마련한 ‘오픈 스튜디오’에서 뉴스A를 방송하고 있다. 한두 사람이 어느덧 15명 정도로 불어났다. 동 앵커가 대기하며 입을 푸는 순간까지 이들은 뉴스A 방송 진행 상황을 유심히 지켜봤다. 시민들이 손을 흔들자 동 앵커가 웃으며 화답했고, 한 중년 부부는 오픈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날 남편과 15분 정도 머물며 ‘기념 셀카’를 찍은 김성미(가명)씨는 오픈 스튜디오에 대해 “너무 신선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김씨 남편도 “언론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확신이 안 설 때가 많았는데 뉴스 과정을 오픈하니 국민에게 진실한 방송을 한다는 믿음이 들었다”고 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방송사가 이 같은 시도를 하는 이유는 뉴스 시청자들과의 소통 확대를 위해서다. 나아가 뉴스 제작 현장을 공개해 신뢰성 회복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JTBC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금요일 뉴스룸 생방송 현장에 방청객을 초대하는 오픈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다. JTBC는 별도로 월·수·금요일에 뉴스룸 뒤를 진행하는데 금요일마다 오픈 뉴스룸 방청객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채널A는 지난 2021년 12월 개국 10주년을 맞이해 ‘김진의 돌직구쇼’ 등 여러 프로그램을 방송하던 사옥 1층을 오픈 스튜디오로 재정비하고 메인뉴스 스튜디오도 이곳으로 옮겼다. 적게는 4개월, 많게는 1년 3개월 동안 시청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며 이들 방송사는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하고 있을까.
김진우 JTBC 뉴스제작부장은 오픈 뉴스룸에 대해 “아직 생명력 있고 계속해볼 만한 작업”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재방청을 원하는 분들도 있고, 뉴스룸 뒤 주제를 먼저 제안하며 방청 신청을 하는 등 대체로 시청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바쁘게 돌아가는 생방송 현장을 보고는 뉴스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는 방청객도 있다. 시청자들이 진정성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청객과 함께하는 뉴스룸 뒤에선 그 주 가장 ‘핫’한 이슈를 다루고, 해당 사안을 설명할 외부 전문가나 아이템을 취재한 기자가 출연한다. 뉴스 시청자들을 대면하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이런 시도는 JTBC 기자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다. 박민규 기자는 “방송 기사로 다룰 수 있는 분량 자체가 제한적이라 이 이슈를 가지고 더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며 “기자들 개별적으로 업무의 하나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제가 취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판을 깔아주는 셈이고 현장에서 피드백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채널A 측은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시민들이 함께하는 뉴스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채널A 관계자는 “토요일 뉴스A 코너인 ‘오픈 인터뷰’는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 화제의 인물이 출연하는데 녹화하는 날엔 팬을 포함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며 “시민들이 즉석에서 묻고 싶은 질문을 휴대폰이나 종이에 적어 창을 통해 들어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질문은 현장에서 바로바로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메인뉴스 제작 과정 공개를 결정하기까지 여러 고민들도 있었다. 채널A 관계자는 “광화문이 시위의 메카이다 보니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암막커튼을 달기도 했지만 기준 데시벨을 넘어서는 경우 소음을 완전히 차단할 순 없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시위 소음도 뉴스의 현장성을 높이는 장치이기도 해 완전히 차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심각할 때는 앵커들이 상황을 설명하고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부장은 “오픈 뉴스룸은 그냥 방청객들을 모셨다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방송을 한다는 취지라 방청객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제작진들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며 “뉴스룸 본방의 경우 방청객들이 정말 순수하게 방청만 하는 상황인데 이들의 목소리를 온에어에서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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