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의혹' 기자 고발한 대통령실…"후속 취재 막으려는 위협"

뉴스토마토 편집국장 "기자 개인 고발 유감…후속 보도 준비"
한겨레신문 사설 "해명도 않고 고발…언론 입막음용 재갈"
한국일보 노조 "취재 착수 과정부터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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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정법 강의'. 유튜브 갈무리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언론사 기자를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최초 보도한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3일 고발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발간한 전직 국방부 직원과 객관적인 추가 사실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 기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천공 관저 개입 의혹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지 않고 고발부터 하고, 특히 언론사와 보도책임자가 아닌 기자 개인을 고발한 것은 언론의 후속 취재를 막으려는 위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승찬 전 대변인은 3일 발간한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서 ‘천공이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관저에 다녀갔다는 말을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는 전날 부 전 대변인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일보는 부 전 대변인의 신간을 입수해 보도했다.

2일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쯤 천공이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 ‘윤핵관’인 모 의원과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고, 이 사실이 공관 관리관을 통해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됐다.

남 전 총장은 지난해 4월1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 동행한 부 전 대변인에게 “얼마 전 000과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긴 수염에 도포 자락을 휘날리고 다니는 천공이 사람들 눈에 쉽게 띌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자 남 전 총장은 “(공관 담당 부사관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내게 허위보고를 하겠느냐며 단호히 말했다”고 한다.

뉴스토마토는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말을 통해 구체적 정황을 보도했다. “2022년 3월경 한남동 참모총장 공관으로 2대의 검은색 카니발이 들어왔는데, 뒤차에 천공이 탔다. 김용현 경호처장이 (공관 측에) 뒤차는 ‘그냥 통과시키고, (출입) 기록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토마토는 부 전 대변인 증언과 관련해 남 전 총장, 천공, 대통령 경호처 등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을 않거나 부인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기자 고발과 관련해 한겨레신문은 6일치 사설 <기자까지 고발한 대통령실, ‘입막음 으름장’ 지나치다>에서 “최고 권부가 자신에 대한 의혹에 제대로 해명은 않고, 덮어놓고 고발부터 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 사설은 이어 “대통령의 고발은 신중해야 한다. 법에 호소하고 의지하는 것은 힘없는 이들이 최후의 보루로 삼는 것이지, 대통령의 언론 입막음용 재갈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뉴스토마토는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에 나서고 후속 보도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성 뉴스토마토 편집국장은 6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면 언론중재위 중재 신청이나 고발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회사와 편집국장이 아닌 기자 개인을 고발한 것은 유감이다. 기자들 스스로 위축이나 자기 검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노조 “대통령실 고발 규탄…즉시 취하하라”

대통령실의 한국일보 기자 고발과 관련해 한국일보 노조는 6일 대통령실의 형사고발을 강력 규탄하고 즉시 이를 취하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는 이날 오후 낸 성명에서 “전직 고위관료가 실명으로 쓴 저서를 사전 취재해 기사화하는 것은 언론계에서 흔히 있는 보도 방식”이라며 “저서에는 국민적 관심사이자 공적 사안인 대통령실 이전 관련 의혹에 대해 기존 주장보다 구체화된 출처와 정황이 담겼다”고 했다.

한국일보지부는 “보도 내용에 불만이 있다면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 요청하거나 언론중재위에 중재를 신청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이례적으로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고발장부터 내밀었다”고 했다.

한국일보지부는 “취재 일선에 있는 기자들에게 이 사안은 더 이상 취재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며 “비판 보도를 미리 입막음하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고 했다.

한국일보지부는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사와 유엔 총회 연설 등에서 수도 없이 외쳤던 ‘자유’와도 다르지 않다”며 “언론의 정당한 비판과 견제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대통령실의 형사고발을 강력 규탄하고 즉시 이를 취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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