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편집국장 이어 사장 등 경영진도 동반 사퇴키로

'김만배와 돈거래 기자 의혹' 관련
노조, 사장·편집인 즉각 사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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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편집국 간부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의 금전 거래 의혹과 관련, 편집국장에 이어 김현대 사장 등 한겨레 경영진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현대 한겨레 사장은 9일 구성원에게 보낸 글에서 “한겨레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고 제가 먼저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며 “2월 초 대표이사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에서 당선자가 확정되는 그날, 사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새 대표이사 후보자에게 넘기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는 백기철 편집인과 이상훈 전무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며 “새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진행 등 주식회사 운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법적 책임만 다하겠다”고 했다.

사진=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김 사장은 “한겨레 사람은 깨끗하다는 자부심, 한겨레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의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다”며 “조만간 선출될 새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우리 안의 오만함과 나태함을 통절하게 드러내고 한겨레 대혁신의 길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거 날 사퇴하겠다는 사장의 입장이 나오자 한겨레 노조는 성명을 내어 “대표이사와 편집인은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반발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선거일인 다음달 8일에 맞춰 사퇴하겠다는 것은, 결코 책임지는 모습이 아닐 것”이라며 “지금은 개개인의 책임 여부를 따질 상황과 조건이 아니다. 그것이 독자들과 시민사회에 남은 일말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지부는 이사진, 우리사주, 노조 등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겨레지부는 성명에서 “리더십은 이미 무너졌다. 비대위를 통해 우리의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하는 절명의 순간”이라며 “비대위 체제에서 노사공동 진상조사위를 다시 구성해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경위와 원인, 대책 방안까지 모든 것을 열어두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영진은 정기 주주총회 일정 등에 따라 차기 경영진 출범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차기 대표이사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자는 입장”이라며 “법률 자문 결과, 상법상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정기 주주총회도 연기도 가능하다고 한다. 비대위가 들어서면 선관위와 협의해 차기 대표이사 선거 일정 등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류이근 한겨레 편집국장도 이번 의혹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보직에서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국장은 편집국 사내메일을 통해 “편집국 주요 간부의 일탈로 회사가 어렵게 쌓아왔던 신뢰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저는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다. 부적절한 인사를 중요 직책에 앉혔고 문제적 행동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혔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이 중앙일간지 등 언론사 간부들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금전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한겨레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지난 6일 사과문을 내어 “독자와 주주, 시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신속히 실상을 파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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